14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에서는 홍길현(심희섭)이 “위를 능멸하는 무리를 없애는 것이 진정한 ‘충’”이라고 생각, 비록 자신은 씨종이지만, 아이들만큼은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해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아버지 아모개(김상중)와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알렸다.
노사신(안석환) 대감이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에 집으로 찾아간 길현. 노사신은 조의제문을 발견, 궐에 피바람의 서막을 올린 길현을 차갑게 보며 “만약 저 어리석은 자들이나마 없어져 이 나라의 언로가 막힌다면, 그땐 이 나라 조선은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통탄하던 것과 달리, 친손자를 맞이하듯 손등을 토닥였다.
예상치 못한 환대에 당황한 길현이 “저를 미워하시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하자 노사신은 그 반대라며 “난 알아. 자네에겐 진짜 충심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사신은 “전하의 총명함이 무서워. 장차 전하께서 폐비의 일을 갚고자 하시면, 그땐 누가 전하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며 훗일을 걱정했고, 길현은 “전하께선 사사로이 신하들을 쳐내시는 분이 아닙니다. 이번 일 역시 전하께서 위를 능멸하는 무리들을 뿌리 뽑으신 것뿐입니다”라며 연산군을 두둔했다.
길현의 말은 성공한 아모개를 본 박씨(서이숙)가 충원군(김정태)을 찾아가 “아모개는 양반을 죽인 자”라며 “조선을 뼛속까지 능멸했다”고 자극하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결단코 넘어설 수 없는 신분의 벽 때문에 과거 시험을 포기했지만, 양반 신분을 얻고 나라의 쓰임을 받게 되며 “우리가 먹고 자고 안전하게 지내는 것은 모두 전하의 은혜”고 “선동하며 위를 능멸하는 무리야말로, 이 나라의 옴이요 악창일세”라는 스승 송도환(안내상)의 사상에 길들어졌기 때문일 터. 길현의 변화가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아버지를 믿고 따랐지만, 양반의 삶을 살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가치관도 변하기 시작한 길현. 과연 그는 “전하의 힘이 한 맺힌 자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힘을 써 주시게”라는 노사신의 말을 따를 수 있을까.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오는 20일 밤 10시 MBC 방송.
/서경스타 안신길 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