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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 “안녕 ‘미씽나인’”..惡役 최태준-김법래 재발견한 장르극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크리에이터 한정훈, 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 제작 SM C&C)이 마지막까지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악역의 열연에 있다.

/사진=MBC ‘미씽나인’/사진=MBC ‘미씽나인’





무인도 표류 후의 생존기를 그린 ‘미씽나인’은 신선한 소재가 알려지면서부터 방송 전부터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시청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6회에서 전국 시청률 6.2%로 자체최고시청률을, 9일 마지막 방송에서 4.8%로 부진한 성적을 안고 막을 내린 비운의 작품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참신한 소재와 표류기를 겪는 무려 9명의 배우를 내세워 화려하게 막을 올렸음에도 드라마는 점차 개연성을 잃었으며, 끊임없는 살인극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아쉬움 가운데 ‘불꽃 열연’으로 대중들의 갈증을 해소시킨 배우들이 있으니 바로 악역 최태준과 김법래의 존재감이다.

‘미씽나인’은 메인 주연 정경호, 백진희 외에 오정세, 최태준, 이선빈, 김상호, 태항호, 류원, 김법래, 아이돌그룹 엑소의 박찬열 등 단순 흥행성보다는 배우들의 가능성을 높이 산 파격적인 캐스팅을 했다. 덕분에 이들이 그릴 ‘케미’는 ‘예측불허’라는 긍정적 효과로 형성됐다.

오정세의 ‘정경호와의 투닥케미’, 이선빈의 ‘걸크러쉬’, 김상호의 ‘연장자 리더십’, 태항호의 ‘양심과의 싸움’, 류원의 ‘여신미’, 박찬열의 ‘활기찬 막내미’가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투영된 가운데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악역 최태준과 김법래의 활약이었다. ‘미씽나인’ 작품 자체만 놓고 봤을 땐 고배를 마셨지만, 배우들 개인으로서는 가장 큰 혜택을 본 이들이다.

/사진=MBC ‘미씽나인’ 방송화면 캡처/사진=MBC ‘미씽나인’ 방송화면 캡처



극중 서준오(정경호 분)와 가장 크게 대립하는 최태준은 과거 준오와 같은 밴드 그룹 드리머즈의 베이스 담당이었다가 배우로 전향한 후 라이징 스타로 전성기를 맞은 최태호를 연기했다. 드리머즈 시절부터 준오와 라이벌로 티격태격해왔던 관계가 무인도에서도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대립으로 번졌다. 무엇보다 그의 섀도우 보컬 신재현(연제욱 분)을 몸싸움 중 우연히 숨지게 만든 후 거대한 사건을 덮기 위해 무인도에서 끝없는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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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준은 자신의 행각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폭력성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야생의 맹수처럼 돌변, 무인도를 군림하려는 의지까지 내비치며 나머지 생존자들에게 위압감을 조성한다. 심지어 비밀 연인 관계였던 하지아(이선빈 분)에게까지 날을 세우는 비정한 모습과 연쇄 살인마로 전락하는 과정까지 다방면에서 최태호가 인간성을 잃는 과정을 폭발적인 연기로 선보였다. 화면을 잡아먹는 듯한 최태준의 포효는 매 회 최고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에 대해 정경호는 최근 서울경제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극중 최태호가 살인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지만 배우가 그 안에서도 최대한 잘 표현하려 했다. 잘 표현해준 태준이가 그래서 고마웠다. 마음 고생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해줬다”고 그의 연기를 극찬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MBC ‘미씽나인’ 방송화면 캡처/사진=MBC ‘미씽나인’ 방송화면 캡처


극 후반으로 갈수록 존재감을 과시한 김법래의 ‘미친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부대표 장도팔 역을 맡은 그는 대표 황재국(김상호 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와중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듣자마자 황재국의 방을 차지하고, 실종된 사람들의 추모앨범으로 돈을 벌려고 한 비인간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라봉희(백진희 분)가 구출된 후에는 그녀가 밝혀낼 진실을 막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른다. 과거 최태호가 일으킨 살인사건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된 자이기 때문. 사건을 무조건적으로 덮으려 하는 장도팔의 모습으로 기득권의 전형적인 모습을 투영해 씁쓸함을 안겼다.

회를 거듭해 악의 진면모가 드러날수록 김법래란 배우의 존재감은 커졌다. 낮게 깔린 특유의 목소리와 서늘한 눈빛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 휘몰아치는 악행의 주연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특히 완전범죄를 꿈꾸며 더욱 악독하게 마음을 다잡는 장면에서 보인 ‘삭발투혼’은 시청자들을 전율케 하기에 충분했다. 김법래는 종영 소감으로 “다이나믹한 역할과 스토리를 연기할 수 있어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로 자주 찾아뵙겠다”고 전하며 스펙트럼 확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록 연쇄 살인극으로 아쉽게 평가된 ‘미씽나인’이지만, 악의 주축을 맡았던 두 배우가 드라마를 강렬하게 기억시켰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최태준과 김법래가 추후 다음 작품들에서 보일 또 다른 연기 향연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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