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한국 관광금지' 첫날] 베이징, 비자발급 절반 뚝

롯데 상품 훼손 여성 체포

사드보복 속도조절 조짐도

美국무 정상회담 조율 방중

'사드 논의' 여부가 분수령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내 반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 1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서 한 여성이 고의로 과자와 주스 등 상품을 훼손하고 있다. 중국 경찰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망신을 시킨다면 어리석은 짓”이라며 이 여성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양=연합뉴스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내 반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 1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서 한 여성이 고의로 과자와 주스 등 상품을 훼손하고 있다. 중국 경찰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망신을 시킨다면 어리석은 짓”이라며 이 여성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양=연합뉴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 조치를 전면 시행한 가운데 중국 주요 여행사들이 한국 상품 담당 조직까지 모두 없애는 등 관광 금지조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롯데마트에서 고의로 상품을 훼손한 중국인 여성을 체포하는 등 무차별적인 사드 때리기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듯 보이지만, 중국 내 한국상품 불매운동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주말 중국을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사드 이슈를 중국 측과 논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가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 선양 경찰당국은 지난 12일 롯데마트에서 상품을 훼손하는 장면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한 여성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 여성은 생방송 플랫폼 콰이서우에 롯데마트 판매대에 놓인 과자와 음료수 등을 파손하고 롯데마트 출입문 앞에서 손가락 욕을 하는 장면을 내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물이 올라오자 중국 매체에서도 애국과는 무관한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으며 콰이서우 측은 경찰 수사를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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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와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중국 롯데마트 99곳 중 절반이 넘는 57곳이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고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관영매체 환구망이 이날 ‘소비자의 날’을 맞아 실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삼성과 롯데마트가 비호감 브랜드로 뽑히기도 했다.

여기에 이날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상품 취급을 일제히 중단하면서 관련 업계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상하이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제여행사(CITS) 등 주요 여행사 20여 곳이 한국관광 업무를 맡아온 사내 조직을 모두 없앤 것으로 나타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는 “언제 상품판매가 재개될지 몰라 나온 업체들의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행 관광 중단 조치 첫날인 이날 주중 공관의 직접 비자 발급 건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한국 외교공관들은 단체관광 상품 판매에 적용되지 않는 싼커(개인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비자 발급에 나섰지만 베이징 총영사관의 경우 평소 1,000여건에 달하던 비자 발급 건수가 최근에는 500건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반한감정 확산으로 한국 여행이 크게 위축된데다 비자 발급을 위해 직접 한국 공관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자 발급건수는 더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무차별적 사드 보복 조치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이달 18~19일 중국을 방문하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드 보복 이슈를 거론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외교가 관계자는 “사드 보복조치는 미·중 모두 큰 피해를 입는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뒷전에 밀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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