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발언대] ‘중소벤처부’ 신설, 생색내기는 안된다

유현오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 교수

유현오 한양대 교수




최근 주요 대선 예비주자들이 장관급의 ‘중소기업부’ 설치를 저마다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승격시켜 스타트업 및 중소·벤처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자 중소·벤처업계의 꾸준한 요구였다. 정부가 그간 중소벤처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나 중소·벤처업계는 지금 같은 차관급 외청으로는 입법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 조정권이 없어 강력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대기업 위주로 고착화한 산업 구조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혁신사업 발굴이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은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찬밥 신세다. 4차 산업혁명과 높은 청년실업률이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중소기업 육성과 벤처 창업만이 해결책이다. 이 시점에서 국가가 앞장서 중소벤처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미국·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중소기업부는 세계적 추세다.

관련기사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중소기업부 설치가 단순한 조직 개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처 간 기능 조정과 철저한 분업화로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미래창조과학부·금융위원회·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는 업무체계를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중소기업부 설치의 의미는 퇴색하고 만다.

‘부’ 승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에 어울리는 독립성과 권한이며 이를 통한 관계 부처와의 효율적인 기능 조정이다. 창업을 장려하는 국가적 분위기에 힘입어 민간에서도 조금씩 벤처 붐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소기업부 설치와 적절한 권한 부여가 관련 부처들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다시 무산된다면 힘겹게 살아난 중소·벤처업계는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필자 또한 벤처기업을 창업해 코스닥 상장과 이후 성공적인 ‘탈출’을 경험했는데 이러한 성과는 정부의 육성기반 조성 없이는 불가능했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은 곧 국민 개인의 성공과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에게 도화지와 물감은 충분하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그려낼 힘 있는 ‘제대로 된’ 전문 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현오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 교수

한영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