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은 5세대(5G),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우리 앞에 쏟아냈다. 미래의 기술은 시나브로 일상의 깊은 곳에 스며드는 것은 물론 인류사 자체를 뒤흔들 듯 기세가 거칠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내놓은 기술의 향연에서 중국의 오라가 심상찮다. 화웨이·오포(OPPO)·ZTE·TCL 등의 중국 업체가 메인 전시장을 차지한 것은 자본의 힘이라 치자. MWC에서 동시통역이 지원된 언어가 영어와 중국어 단 두 개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IT 업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중국의 ‘모바일 굴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4·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17.9%)과 삼성전자(17.8%)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경쟁자다. 중국의 화웨이(9.5%)가 3위였고 오포(6.2%)와 비보(VIVO·5.6%)가 뒤를 이었다.
양적 확산에 그쳤는가.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고가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성능을 프리미엄급으로 향상시켰다. 중국 IT의 영토 확장은 디바이스·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모바일 앱 ‘톱 1,000’에 이름을 올린 중국 앱은 119개다. 1년 만에 30개나 늘었다. 성장세가 매섭다.
힘의 원천은 엄청난 규모의 이용자와 이들의 빅데이터다. 중국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8억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 업체들은 이들이 사용하는 빅데이터를 모은다. 이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빅데이터의 힘이다.
서비스 지역을 장악하는 기세도 위협적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온·오프라인 연결은 물론 서비스 지역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노점상도 스마트폰으로 돈을 받는다. 노점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알리페이로 읽은 뒤 앱에서 결제하면 거래가 끝난다. 현재 알리페이 사용자는 4억5,000만명이지만 이 추세라면 10년 후 이용자는 20억명에 달할 듯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산업(IT)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 혁신만 존중할 뿐이다”라고 했다.
눈을 돌려 우리를 보자. ‘IT 강국’이라는 전통을 붙잡고 존중해달라며 떼쓰고 있지는 않은가. IT 기술에서 중국보다 2~3년 앞서 있다는 자기 위안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노점상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나라가 중국이다. 적어도 디지털 분야만큼은 그들이 앞서 있고 한 걸음을 앞서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혁신하고 있다.
혁신하는 자만이 존중받는다. 전통을 버리고 혁신을 취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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