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유럽 진보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예서 클라버르 녹색좌파당(GL) 대표가 극우 열풍을 잠재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올해 30세인 클라버르 대표는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총 11석을 추가해 지난 총선 때 4석에 불과했던 녹색좌파당을 14석 규모의 원내 제5당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09년 23세에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클라버르는 6년 만인 2015년 최연소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특히 40대의 젊은 나이에 캐나다를 이끌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연상시키는 수려한 외모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언변으로 ‘네덜란드의 트뤼도’ ‘네덜란드의 오바마’로 불려왔다.
클라버르 대표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네덜란드계와 인도네시아계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두고 있어 반(反)이슬람·반(反)난민을 주장해온 ‘네덜란드의 트럼프’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빌더르스 대표가 “집권하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국경을 닫아 난민을 막겠다”는 극우 성향의 공약을 내세울 때도 “개방을 지향해 온 무역국가 네덜란드는 이슬람교와 난민에 대한 포용 및 화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히며 빌더르스 대표를 압박했다. 선거 막판에 네덜란드가 이슬람 국가인 터키와 외교분쟁을 빚는 상황에서도 그는 “터키는 네덜란드의 동맹국 중 하나이고 이웃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밝혀 터키 장관들에게 “영원히 네덜란드에 오지 말라”고 조언한 빌더르스 대표와 대조를 이뤘다. 결국 ‘하나의 유럽(EU)’을 가치로 내걸었던 클라버르 대표가 상식에 기초한 공약 및 발언으로 네덜란드의 ‘표심’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극우 자유당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는 주역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