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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비극적 선택인 줄 알면서도…사랑한다면 감수할 수 있을까

현실은 물론이고 영화에서조차 사랑과 결혼은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그려지곤 한다. 어떤 시련이 닥친다 해도 평생 사랑할 것처럼 맹세하던 연인도 부부가 되면 사랑이 아닌 의리로 산다고들 하지 않는가. 심지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랑’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져 가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전작인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와 사랑 앞에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의 연애와 지난한 결혼 생활을 그린 ‘블루 발렌타인’의 연장 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20년대라는 배경이 만들어내는 고전미가 서정성을 만들어내며 지고지순하고 절절한 사랑 그 자체를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 톰(마이클 패스벤더 분). 그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가운데 자신은 전쟁 영웅이 됐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모든 감각이 마치 시체처럼 마비됐다고 느낀다. 결국 사람들을 피해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한 톰 앞에 밝고 싱그러운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이 나타났다.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톰은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한다. 대신 발랄하고 솔직한 이자벨이 그에게 “등대지기로 근무하는 곳에 나도 데려가 달라”고 장난 같은 제안을 한다. 고백이라는 것을 눈치챈 톰은 “아내만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라며 선을 긋는다. 외딴 섬에 도착한 톰이 이자벨에게 “행복하라”며 작별인사처럼 보낸 편지는 연애편지의 시작이 된다.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연서는 톰과 이자벨의 목소리를 따라, 등대가 있는 바다의 풍광을 배경으로 감미롭게 전해진다. 마비된 듯 무감각해 보이던 톰은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비로소 살아 숨 쉬는 사람이 된다. 결국 결혼한 둘은 섬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자벨은 두 번의 유산으로 충격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배에 실려온 아기를 본 이자벨이 자신의 아이로 키울 결심을 하지만 이는 둘의 생활을 파멸로 이끄는 비극적 선택이 된다.


톰은 이자벨의 선택이 몰고 올 파국을 예상했지만 자신 탓에 아이를 유산했다는 생각에 그녀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톰은 잘못된 선택을 통해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극단적으로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감수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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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남녀 주연 패스벤더와 비칸데르는 이 작품을 통해 실제 연인이 됐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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