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네덜란드 총선] 극우 돌풍 잠재운 네덜란드…한숨 돌린 유럽

집권 자유민주당 제1당 자리 지켜

"잘못된 포퓰리즘 멈추게 했다"

극우 정당 유력 제2당 부상도 난망

佛·獨 극우파에 영향미칠지 관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5일(현지시간) 헤이그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며 기뻐하고 있다.     /헤이그=신화연합뉴스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5일(현지시간) 헤이그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며 기뻐하고 있다. /헤이그=신화연합뉴스




유럽연합(EU) 내 극우파 돌풍의 주요 시험대로 여겨졌던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 우파인 집권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 지위를 유지하며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와 미국 대선에서 촉발된 EU 내 극우파 득세를 봉쇄함에 따라 오는 4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 등 ‘도미노 선거’를 앞두고 바짝 긴장했던 유럽사회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95%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네덜란드 집권여당인 VVD는 전체 150석 중 33석을 차지하며 제1당 지위를 굳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전날 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네덜란드가 잘못된 포퓰리즘을 멈추게 했다”며 “오늘 밤 우리는 극우 포퓰리즘에 ‘노(No)’라고 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1715A12 네덜란드 총선 출구조사



반면 반이민·반이슬람·반EU 정서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의 자유당(PVV)은 20석을 얻으며 2위권에 그칠 것으로 조사돼 네덜란드 내 극우 돌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게 됐다.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A)과 중도파 민주66당(D66) 역시 각각 19석을 얻은 것을 고려하면 당초 제1당까지 노렸던 PVV는 유력 제2당으로의 부상에도 사실상 실패한 셈이 됐다. 반면 극우 포퓰리즘 광풍을 막는 ‘방풍막’이 되겠다고 주장해온 녹색좌파당(GL)은 14석을 얻으며 막판 세몰이에 성공했다. 집권 여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노동당은 현 38석에서 9석을 얻는 데 그치며 대패했고 사회당(SP)은 14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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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D는 과반 획득에 실패해 연정을 꾸려야 하지만 연정 후보인 주요 정당들이 집권여당보다 이민정책 등에 보다 호의적이어서 EU 통합과 이민 문제에 대해 강경한 정부가 구성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네덜란드가 극우파의 연속적인 승리를 저지하고 EU 통합 회의론자들에게 첫 제동을 걸었다”며 “EU 내에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극우파 보이콧의 ‘튤립 총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선거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빌더르스의 PVV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은 과도한 극우성향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빌더르스가 코란 및 모스크 금지 등 과도한 강경주의로 치닫자 유권자들이 선거 기간에 보다 강화된 이민정책을 공약했던 집권 여당에 전략적 투표를 했다고 분석했다. CNN도 지나친 ‘우향우’가 극우 돌풍을 잠재운 원인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지금까지와 반대로 극우 포퓰리즘이 현실정치에 정착 가능한지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실패함에 따라 집권에 필요한 76석을 확보하려면 최소 4~5개 정당이 뭉치는 연정이 요구된다. 다수당 체제인 네덜란드에서 연정 구성에 걸리는 평균 기간은 89.5일이지만 이번 총선 결과 총 13개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는 군소 정당 간 의석 분할이 심화함에 따라 정부 구성에 더 긴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빌더르스 PVV 대표는 “(총선에서 제시한) 메시지들이 반향을 낳아 다음 총선의 승리로 돌아올 것”이라며 “네덜란드 ‘애국의 봄’은 시작될 것이고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P는 “보다 다양한 시각의 정당들이 모여 정부 정책이 국민의 선택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빌더르스가 세를 더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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