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는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고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 무용의 어법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하나다.
피나 바우쉬는 2009년 6월 30일 암 선고를 받은 지 불과 5일 만에 타계하여 전 세계 예술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타계 이후에도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명성과 인기는 높아지기만 했고, 세계 유수의 공연장들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 이후 피나 바우쉬 무용단이 내한하여 선보인 <카네이션>, <마주르카 포고>, <러프 컷>, <네페스>, <카페 뮐러>, <봄의 제전>,
피나 바우쉬 작품의 테마는 언제나 ‘인간’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소통’이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그려냈고, 사랑과 욕망, 불안과 공포, 상실과 고독, 슬픔과 고뇌, 폭력과 파괴 등과 같이 인간의 실존에 관한 심오한 주제들을 고정된 체계가 없는 자유로운 형식에 담아냈다.
피나 바우쉬 무용단이 이번에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일 <스위트 맘보(Sweet Mambo)>는 피나 바우쉬가 타계하기 불과 1년 전인 2008년 독일 부퍼탈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그녀가 부퍼탈에서 발표한 44편의 공연 중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작품으로, 그녀의 유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스위트 맘보>는 피나 바우쉬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왔던 10명의 베테랑 무용수들이 출연해 인간과 인간, 남성과 여성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때로는 무대 위를 달리고, 스스로 물을 끼얹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투고, 흔들리고, 유혹하는 남녀 간의 관계와 심리를 묘사한다.
피나 바우쉬는 자신이 모든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를 단원들에게 던짐으로써 그들의 생각과 동작을 끌어내어 작품을 만들어 왔다. <스위트 맘보>는 이러한 피나 바우쉬의 작업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공연이다. 특히 7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자신의 개성을 담아 표현하는 사랑, 절망, 열정, 외로움, 두려움, 희망의 진솔한 감정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스위트 맘보>의 무대는 피나 바우쉬의 오랜 예술적 파트너인 피터 팝스트(Peter Pabst)가 디자인했다.
그는 2007년 인도를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 <뱀부 블루스(Bamboo Blues)>의 무대 세트를 변형하여 특유의 간결하고 상징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무대 위를 채운 하얀 커튼은 물결처럼 흩날리고, 그 위로 독일의 흑백 영화 <파란 여우(Blue Fox, 1938년 작)>가 투사된다.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솔로와 앙상블의 다양한 움직임은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