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북한에 대해 외교·안보·경제적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북한의 위협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군사작전을 포함한 전방위적 대북 압박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4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회견에서 틸러슨 장관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버리고 초강경 노선으로 선회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 대해 지난 20년간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미국은 1995년 이후 13억달러를 북한에 제공했지만 북한은 그에 대한 답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틸러슨이 말한 ‘새로운 길’이란 북한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와 압박, 특히 군사적 대응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틸러슨 장관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부적절하고 매우 유감스럽다. 자제를 촉구한다”며 “중국은 사드가 필요하게 만드는 위협, 즉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를 촉구한다”고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틸러슨 장관이 이들을 만나 중국의 변화를 직접 요구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곧바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1976년 ‘도끼 만행사건’이 발생한 이곳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북한에 대한 ‘무언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맹준호·류호·빈난새기자 next@sedaily.co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