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명高도 사용 정지…국정교과서 폐기수순

법원 '연구학교 효력정지' 인용

교육부 내년 배포에 큰 차질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정문에서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사용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정문에서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사용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역사교과서의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가 법원의 결정으로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연구학교가 한 곳도 없는 셈으로 교육부의 내년 국정교과서 배포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게 됐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7일 문명고 학부모들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즉 본안소송 격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 소송’ 판결 확정일까지 지정처분 효력과 후속절차의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회에서 국정교과서 폐기 여부가 논의되는 등 앞으로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명고 학생들은 국정교과서로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것은 최종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다”라고 판단 이유를 제시했다.

문명고 학부모들은 지난 2일 연구학교 지정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본안소송과 함께 소송 확정판결까지 국정교과서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국정 역사교과서 배포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게 됐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동력이 상실된 교육부는 2017년부터 전국 모든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도록 만들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희망학교만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를 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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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는 2018년 3월부터는 국·검정교과서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다만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올해 ‘연구학교’로 지정해 1,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교원 가산점도 부여하는 특혜도 약속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도 교육청들이 교육부 방침에 반발하면서 경북항공고와 오상고·문명고 등 경북 지역 3개 사립고교만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이 중 2개 학교가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반발로 신청을 철회하거나 포기하면서 문명고 1곳만 연구학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 대구지법의 결정으로 마지막 남은 연구학교까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본안소송이 남아 있지만 연구학교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물론 연구학교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내년 국정교과서 배포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학부모에 이어 법원까지 반대하면서 국정교과서는 사실상 폐기 수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큰 야당은 국정교과서 폐기를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도교육청, 학교 측은 유감을 표시했다. 김태동 문영고 교장은 “당분간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못쓰게 됐는데 보조교재나 참고자료로 쓸 수 있는지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며 “향후 본안소송에서 문영고가 연구학교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경산=손성락·박진용기자 ssr@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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