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한국인에 치킨이 뭐길래] 국민행복지수된 '치느님' 끓어오른 가격논란에 분노하다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국내 치킨 매장이 더 많아

정부 개입으로 인상차단

사드못지 않은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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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못지 않게 여론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다. 바로 치킨 가격 인상 논란이다. 발단은 이렇다. BBQ가 치킨 가격 인상을 추진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세무조사 등을 언급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결국 BBQ는 가격 인상을 잠정 유보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에 대한 정부의 시장 개입의 정당성 여부 등을 떠나 치킨 가격 인상을 놓고 수 많은 국민들이 갑론을박을 벌인 것이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맥주와 소주 값 인상 때에도 이 같은 풍경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번 가격 인상 추진은 8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치킨 값은 제외 하더라도 여타 다른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보면 인상 요인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여론은 ‘8년 만의 가격 인상’ 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주류였다. 그 이면에는 한국인에게 치킨이 어느 새 간식거리가 아닌 반드시 먹어야 되는 필수재가 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가격을 올려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상품이 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BBQ의 가격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햄버거·맥주·과자·라면 등 다른 서민식품 가격이 오를 때는 잠잠하던 여론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며 기름에 불붙듯 들끓었다”며 “소비자들에게 치킨이 갖는 대단한 상징성을 그만큼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 치킨이 뭐길래, ‘간식거리’에서 ‘필수재’로 자리 = 국내에서 치킨이 첫 소개된 때는 1960년대로 추정된다. 명동에 ‘통닭 전기구이’ 가게가 들어서면서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1977년에는 첫 치킨 프랜차이즈인 ‘림스치킨’이 등장한다. 치킨이 대표적 간식거리도 등장한 시점은 1997년이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외식 메뉴 첫 1위에 올라선다. 치킨은 현재까지도 외식 메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간식이나 외식의 대명사인 치킨은 현재 우리 삶에서 중요한 존재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총 2만4,453개로 전체 1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많다. 이 뿐만이 아니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동네 개인 치킨집까지 더하면 현재 4만 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가 3만 6,300여 개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보다 치킨 점이 더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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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필수재로 자리 잡은 것은 다른 통계에서도 볼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3.6kg이다. 1970년만 해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4kg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치킨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8억 마리, 1인당 14마리, 성인 기준 20마리 이상이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보다 치킨점이 더 많다는 것 자체가 적잖은 의미”라며 “‘치느님’ 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치킨은 이제 외식이나 간식거리가 아닌다”고 말했다.

◇ 치킨 연간 8억 마리 소비, 물가를 대표하는 품목으로 부상 = 치킨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치킨 값은 외식 가격이 아닌 서민들의 물가를 대표하는 수치가 됐다. 1년 간 치킨 소비량은 8억 마리. 가격이 1,000원만 올라도 8,000억원을 추가 외식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가구당(2,000여 가구) 월간 2마리 가량 치킨을 소비한다고 가정해도 가구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 것이다.

사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이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도 자리 잡았다. 인터넷 상에서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는 말이 유행하는가 하면 지난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에 호프집 ‘치맥(치킨+맥주)’ 문화가 중국에까지 번지기도 했다. 지난 8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치킨지수’까지 발표했는데 2011년부터 최근까지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서 치킨이 언급될 때마다 연관어로 ‘행복’이 따라온다는 점에 착안한 지표다. 치킨 자체가 이제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된 시대에 사는 셈이다.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는 행복하지 않다. 필수재로 자리 잡은 동시에 업체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실제 개점율과 폐점율도 모두 치킨집이 높다. 지난해 10.2%(2,973개)는 문을 닫고 14.6%(3,980개)는 새로 문을 열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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