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로에 선 대우조선 구조조정 해법은]워크아웃·법정관리카드 대신 고통분담 전제로 생존시켜야

구조조정은 시간과의 싸움

차기정부 넘기는 건 무책임

여론이 절대적인 해답 아냐

피해 최소화할 방안 찾아야



대우조선해양의 부족자금과 현황을 담은 보고서가 지난 주말(18~19일) 확정되면서 대우조선 지원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권에 대한 설득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대우조선 문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 여야 의원 38명과 함께 정부지원 방안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8일 연명할 정도의 자금지원이 있겠지만 현 과도정부에서는 뚜렷한 정책 결정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대우조선 얘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보는 대우조선 해법은 어떨까. 이들은 구조조정은 때를 놓치면 안 되고 회사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방향이 정해지면 모든 금융권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같은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연수 전 외환은행장 직무대행은 19일 “다음 정부로 구조조정을 미루자는 것은 너무나 책임 회피적인 발언”이라며 “회사가 죽느냐 사느냐는 문제가 걸린 상황에서는 새 정부와 관계없이 정확한 판단하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구조조정은 실기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나종선 연합자산관리(유암코) 구조조정본부장의 생각은 더 명확하다. 나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조선산업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미 실기했다”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대우조선은 지금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오히려 그게 문제를 더 키우는 단계”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지원 명분이다. 2015년 4조2,000억원이 투입됐는데 또다시 최대 4조~5조원의 자금을 넣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이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언급되는 게 자구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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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 3사는 지난해 경영개선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대우조선의 이행률은 29%(1조5,200억원)로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보다 낮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구조조정 담당 임원은 “노동조합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배가 난파됐는데 노조가 참여 안 하겠다는 건 자기 짐은 하나도 잃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직무대행도 “구조조정의 기본은 정부가 뒷받침해주고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되 다른 은행들도 돕고 노조도 고통분담하는 것”이라며 “대우조선 노조가 더 못하겠다고 하면 회사를 살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줘야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변양호 신드롬’이 구조조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 같은 사정기관이 사후잣대를 들이대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일을 하지 못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정부가 그 당시에 최선의 판단이라고 할 때는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이 필요하다”며 “결과만 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면피성 정책이 나오고 좋은 결과가 도출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나 본부장도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여론이 절대적인 답이 아니며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방향이 정해지면 금융권들도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 전 직무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서는 채권금융기관 손실과 협력업체 도산, 방위산업과 해외거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채권단도 조금씩 참여해야지 지원할 때는 뒤로 빠졌다가 살아나면 거래하겠다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도 “제너럴모터스(GM)도 미국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집어넣고 민간 전문가가 들어가서 지원을 했다”며 “정부가 방향을 잡으면 어떻게 도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조선산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과 향후 방향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구조조정 담당 임원은 “조선산업의 중요성은 알지만 대우조선이라는 특정 기업에 대해서는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직무대행도 “무조건 다 살려서 갈 수는 없다”며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해서 정리할 건 정리하고 살릴 것만 지원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필·김보리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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