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인터뷰] ‘프리즌’ 김래원이 터득한 노하우 “완벽하려 하면 절대 완벽할 수 없어”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의 제작 소식이 들려오자 언론과 대중은 ‘연기신의 만남’이라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배우 한석규와 김래원의 투톱 만남, 여기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이경영, 김성균 등이 가세한 조합은 이 같은 수식어가 붙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대다수 연기파 배우들 명단에 이름이 함께 거론된다는 것 자체로 김래원 역시 손색없는 ‘연기파 배우’라는 방증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은 특유의 활기 넘치고 시원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 후 이번 작품 ‘프리즌’을 통한 현재의 자신을 재점검했다.




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




“‘연기 신’이요? 전혀 부담되는 말 아니에요. 요즘 ‘연기 신’이라는 표현이 모든 배우들에게 다 붙어서 저도 그저 그들 중 한 명인 것 같아요. 예전에 드라마 ‘펀치’를 하면서 CP님이 ‘갓래원’이라고 해주실 때 되게 좋았어요. 열심히 했는데 보람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에도 ‘갓’이고 ‘신’이래요. 1년에 100명은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이번 ‘프리즌’에서 투톱으로 나선 한석규와 김래원에게 붙은 또 하나의 비유는 ‘갓석규X갓래원’의 조합이었다. 흔히들 완벽을 표할 때 쓰는 ‘갓’(god)이 두 배우에 모두 붙으니 작품에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한 현상.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 된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교정, 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시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일단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게 무게감 있으면서 흥미로웠고, 시나리오가 괜찮았어요. 제가 출연 결정을 한 다음에 감독님과 많이 의논했어요. 처음 송유건이라는 인물은 무거웠거든요. 지금은 ‘꼴통형사’로 소개되잖아요. 처음에는 악다구니 있는 질 안 좋은 부패한 경찰로 설정됐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직접 쓰셔서 미팅했을 때 영화를 끌고 가는 방향, 본인이 생각한 대로의 신을 설명하시는데 의도가 명확히 잘 전달되더라고요. 저를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저는 좋은 도구가 되기 위해 캐릭터 업을 시켰고요. 재미와 관객의 시선 모두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프리즌’은 한석규와 김래원의 스크린 첫 만남이 성사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김래원이 ‘닥터스’로, 그리고 같은 해 말 한석규가 ‘낭만닥터 김사부’로 의학드라마 부흥기를 또 한 차례 이끈 후 의사가운을 벗고 죄수복을 착장한 ‘평행이론’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실제 두 배우의 친분이 교도소의 권력 실세이자 왕으로 군림하는 정익호 역의 한석규와 검거율 100%의 전직 꼴통 경찰 유건으로 분한 김래원의 절묘한 케미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 정도만 미리 얘기 나누지 않고 촬영했는데, 선배님께서 촬영기간 내내 저를 존중해 주시고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저도 신경 많이 썼죠. 오랜 친분 때문에 소통이 더 원활했던 것 같아요. 서로 어떤 연기를 할지 감이 오니까 그게 도움이 됐죠. 한 선배님과 처음 낚시한 게 7년 전인 것 같아요. 제가 29, 30살쯤이었을 때, 한 선배께서 후배 김래원이 낚시를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먼저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그 후로 아주 자주 시간을 같이 보냈죠. 한 번 낚시하러 가면 며칠은 잡아요. 호수낚시를 즐겨하는데 그냥 앉아서 각자 생각하고 심심하면 이런저런 얘기도 가볍게 하고 그래요. 두 시간 만에 한 마디 하기도 하고.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얘기 없이 앉아 있다가 한 선배가 ‘커피 마실래?’ 한 게 생각나네요.(웃음)”

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



“카메라 밖에서는 배우들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한 선배님은 똑같으신 것 같아요. 저는 취미 생활할 때 그냥 동네 형이고요. 아무리 친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주위의 눈도 있고 해서 그런 곳에서는 한 선배님께 예우를 갖춰서 대하려 했어요. 선배님도 그걸 아시더라고요. 저 어제 한 선배님이 ‘래원이는 리액션이 좋은 배우다’라는 얘기하신 걸 듣고 되게 좋았어요. 제가 점점 연기하면서 느끼는 게, 비워놓았을 때 상대방에 맞춰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과 연기할 때는 제가 일부러 툭 던지는 것도 있어요. 그러던 와중에 그런 말을 해주셔서 저는 되게 극찬이라 생각했죠.”

관련기사



한석규와의 친분으로 다져진 애틋한 선후배 케미와 더불어 이야기가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다보니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등 모든 출연진이 남자 배우들로 구성된 흥미로운 진풍경이 그려지기도 했다. 그래서 4개월간 대부분의 촬영이 이뤄진 전남 장흥 교도소 로케이션 촬영장이 더욱 거칠 것 없고 가족 같았는지 모른다.

“실제 교도소라는 공간이 싸늘하고 음산한 느낌으로 배우들에게 공감을 줬죠. 그 공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고, 촬영 끝나고 퇴근도 바로 안 했어요. 남자 배우들끼리 있다 보니 초반에 익숙해지기까지 긴장도 했지만, 교도소 운동장에서 농구도 하고 ‘죄수로서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친해졌어요. 촬영 중에 이틀 시간이 남아도 신성록 씨, 조재윤 씨랑 같이 서울 안 가고 낚시 하고 그랬어요. 낚시하러 가는 길에 완전 악산을 넘으면서 등산도 했고요. 지방이니 맛집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이번 영화에서 연기파 배우들의 흡입력 강한 케미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도 박진감 넘치는 ‘생존 액션’이 두드러지는 관전 포인트다. ‘프리즌’의 폭발하는 에너지를 강조하려 한 나현 감독은 교도소 안의 위협적이고 살벌한 싸움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김래원을 중심으로 이른바 흙먼지 나는 ‘개싸움’부터 피비린내 나는 액션까지 선보인다.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 ‘해바라기’(2006), ‘펀치’(2014), ‘강남 1970’(2015)를 통해 터득한 기술이 ‘프리즌’을 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부상 없이 요령껏 잘 했어요. ‘해바라기’ 때는 진짜로 다 맞느라 기절한 적도 있고 촬영하고 나서 일주일간 링겔도 맞았거든요. 이제는 에너지를 잘 나눠 쓸 여유가 생겼죠. 그 때는 열정과 패기만 가지고 했다면, 지금은 조절할 줄 알게 됐어요. 지금까지 액션을 많이 해서 이번에 거창하게 연습한 건 없었어요. 다만 창길(신성록) 패거리에게 고문당할 때 거꾸로 매달리는 장면에서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는데, 체중이 머리에만 실리는 거잖아요. 발을 묶긴 했지만 목 힘으로만 버틴 거죠. 목이 꺾이듯이 팍 쓰러지는 바람에 스태프들도 감독님도 걱정 많이 하셨죠. 그 장면이 쉽지 않아서 제가 ‘한 번 더’를 꽤 외친 것 같아요.”

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


완급조절을 할 줄 알게 된 김래원은 1997년 MBC 청춘드라마 ‘나’로 데뷔해 어느덧 20년차 배우에 접어들었다. ‘학교 시즌2’(1999)까지 청춘스타로 주목받은 후 ‘내 사랑 팥쥐’(2002), ‘옥탑방 고양이’(2003), 영화 ‘...ing’(2003), ‘어린 신부’(2004),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2004)를 통해 ‘로코킹’과 ‘멜로장인’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미스터 소크라테스’, ‘해바라기’, ‘인사동 스캔들’, ‘펀치’, ‘강남 1970’으로 액션, 느와르, 범죄물까지 섭렵한 그는 일찍이 안방극장에서도 스크린에서도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나이에 맞게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20대 때는 보이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느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 ‘가짜’라고 해도 ‘진짜’처럼 보이려 노력해야죠. 20대 때는 제 거에만 집중하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촬영장에서 농담도 많이 하고 현장에 많이 어우러지려 해요. 저는 영화할 때 술도 안마시고 외부랑 차단하고 핸드폰도 꺼놓고 사는데 그 정도의 열정은 다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완벽하려고 하면 절대 완벽할 수 없어요. 20대 친구들은 그렇게 많이 할 거예요. 저도 그런 때가 있었고. 이제 저는 내추럴 한 게 좋아요. 많이 비워놓고 연기하려고요.”

“한(석규) 선배님이 배우는 40대부터 날아다니는 거라 그랬어요. 지금 보니 제가 주연작이 10편이 넘었더라고요. 매번 열정적으로 임했지만 이제 시작이라 생각해요. 시야도 넓어진 것 같고 지금 나이에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20대 때 연기하는 것보다.”

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 제공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