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의 불용예산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회복지 전달체계와 복지재정 운용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14년 기초연금 불용예산은 174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1,81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99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자그마치 4년간의 불용예산이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불용예산이 생기면 의당 차기 연도 예산을 짤 때 축소해야 하지만 복지비용 같은 경직성 예산은 임의로 축소할 수 있는 재량지출 대상이 아니어서 딱히 조정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19대 대선주자들은 무턱대고 수급 대상 확대와 지원금액 증액부터 외친다. 복지 지출은 한번 시작되면 줄이기 어려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지출의 타당성과 합리성·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수급 확대에 앞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누수와 오류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