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초연금 예산 다 못쓰는데 지원 늘리자는 정치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 계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해마다 다 쓰지 못해 남아돌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는 수급률은 3년 연속 70%를 밑돌고 지출을 계획대로 못해 남는 불용예산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층의 빈곤이 줄어들었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그런 게 결코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거주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있는데다 일부 노인층은 이런저런 이유로 신청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돌봄이 필요한 취약층인데도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리는 연유도 있을 것이고 혹은 숨겨진 소득이 드러날까 봐 피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초 예산보다 연금 지급을 덜했다면 결과적으로 정말 필요한 취약 노인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기초연금의 불용예산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회복지 전달체계와 복지재정 운용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14년 기초연금 불용예산은 174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1,81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99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자그마치 4년간의 불용예산이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불용예산이 생기면 의당 차기 연도 예산을 짤 때 축소해야 하지만 복지비용 같은 경직성 예산은 임의로 축소할 수 있는 재량지출 대상이 아니어서 딱히 조정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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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19대 대선주자들은 무턱대고 수급 대상 확대와 지원금액 증액부터 외친다. 복지 지출은 한번 시작되면 줄이기 어려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지출의 타당성과 합리성·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수급 확대에 앞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누수와 오류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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