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부동산에 이어 항공기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대체투자가 민자고속도로로 손을 뻗치고 있다. 아직 주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 형태의 판매이기는 하지만 고속도로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 8,000억원 규모의 민자고속도로 금융주선사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동안 민자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금융주선은 규모가 커 주로 대형은행이 독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금융주선에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민자고속도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포천~화도 구간(28.97㎞)이다. 경쟁을 벌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보다 포스코건설의 조달 부담을 최소화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시행사인 포스코건설은 세부 평가 내용을 검토중으로 이르면 23일 최종 금융주선사를 통보한다. 최종 선정된 주선사는 오는 8월까지 사업비 전체인 7,000억~8,000억원의 대부분을 조달하며 구체적인 거래구조는 추후 논의한다.
최근 IB들이 해외 부동산과 대체투자 자산에 일부 자기자본을 투자하고 셀다운(sell-down) 방식으로 기관투자가 등에 재판매한다는 점에서 포천~화도고속도로도 비슷한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대수익률을 통상 민자고속도로 수익인 4.0~5.0%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천~화도 고속도로는 지난 2007년 처음 민자 제안이 됐지만 시공을 맡았던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2013년 포스코건설로 시공사가 교체되고 올해 정부 예산에 토지보상비 983억원이 처음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사업주와 정부 간 실시협약이 체결되지 않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주선 기관으로 선정된 만큼 올해 하반기 착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SOC 금융투자는 호주 IB인 맥쿼리가 유명하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를 세워 도로와 지하철 등 SOC 민자사업 금융투자에 집중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 협약조항으로 SOC 사업이 맥쿼리인프라의 예상수익에 못 미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수익을 보존해주기까지 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수도권 북쪽 도로에는 드문 민자사업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IB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서 첫 금융주선을 유치한 만큼 앞으로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 창출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증권 간 연계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서 증권사만이 가진 노하우와 국내 기업금융의 중심 역할을 해온 은행의 장점을 연결해 다양한 방식의 딜(거래)을 주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한국투자증권의 대체투자 부문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은 2014년식 에어버스 A330-300기종을 8,600만달러(약 1,000억원)에 인수하며 항공기 금융에 진출했다. 항공기 금융을 포함해 태양광발전 설비를 위한 부지 대출, 도로, 발전소 등의 투자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2013년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사업비 275억원 규모의 양산풍력단지 금융주선을 맡아 자금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송종호·임세원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