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가르는 1차 관문은 사채권자가 투자한 약 3,0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이 채권단의 바람대로 관철되느냐다.
채권단은 다음달 14일 전후로 내후년 4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5건의 회사채에 대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상환유예·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다음달을 시작으로 오는 2019년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5개의 회사채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모두 성공해야 공급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회사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혈세를 투입하면서 대우조선을 살리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시중은행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결국 채무재조정은 사채권자들을 설득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후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가운데 약 3,000억원은 개인들이 가진 회사채다.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이들을 설득하는 데 대우조선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에 실패하면 결국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기본적 구상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 분담을 통해 유동성 부족을 해소한다는 것이고 그런 자율적인 합의가 없다면 법적인 강제력을 수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법정관리·워크아웃·기업분할 등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재조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은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투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다음달 만기인 대우조선해양6-1 회사채(액면가 1만원)는 이날 6,699원80전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는 99원90전 올랐지만 최근 5거래일간 약 12%(940원10전)나 하락했다. 가격과 반비례하는 수익률은 지난 14일 79.909%에서 이날 586.629%까지 급등했다. 투매 수요가 몰리면서 15일에는 거래량이 28억원 수준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 자금지원을 앞두고 대우조선의 회사채에 투기 수요가 몰리며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사채권자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을 설득해야 채무재조정이 가능하다.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만 믿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 직원들도 사채권자 설득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경우 직원 200여명이 주말을 반납하고 전국 각지에 있는 사채권자들을 만나 “회사를 살려달라”고 설득했다. 보유한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회사를 정상화해 꼭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에 성공해 자율협약에 돌입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후 약 6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정부가 십몇년간 혈세 투입하며 안고 있으니 또 살려주겠지 하고 넋 놓고 있으면 안 된다”며 “현대상선이 채무재조정에 성공한 데는 주말을 반납하고 회사를 살리려는 직원들의 노력도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구경우·서지혜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