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은 바빴다. 유럽 각지에서 찾아온 딜러들을 연신 반갑게 맞으며 커피와 다과를 대접했다. 최 사장은 “어려울 때 함께한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저녁에는 식사 대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0년대 들어 적자를 내면서도 파리·프랑크푸르트·제네바 등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빠짐없이 참가해왔다. 그만큼 유럽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10평 남짓한 부스를 차리고 차량 6대를 전시했다. 전시장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수십 종의 차량을 전시한 글로벌 브랜드들에 비하면 다소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오랜 시련을 딛고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쌍용차의 고군분투가 느껴져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1954년에 설립된 쌍용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뀔 정도로 부침을 겪었다.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주인이 된 후 경영이 악화해 2008년 당기순손실이 7,000억원에 달했다. 생존이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2009년 2,6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다행히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지고 회심의 역작인 ‘티볼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해 9년 만에 흑자를 냈다. 사정이 나아지자 회사는 정리해고했던 직원의 일부를 복귀시켰고 노조는 무분규로 화답했다. 하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직원이 더 많다. 쌍용차가 계속 분전해야 하는 이유다.
쌍용차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기적처럼 부활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위기에 처했는데도 여전히 노사 갈등을 빚는 기업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이 고전하며 2014~2015년 대규모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분사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고 임단협을 10개월째 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더 나쁘다. 수조 원의 혈세를 퍼붓고도 유동성 위기가 나아지지 않자 다시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 이미 2,000명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직장을 잃는 이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직장을 잃지 않으려면 생산직 직원들은 급여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노조가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고통과 희생이 불가피하다.
쌍용차가 35년째 만들어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이름은 ‘코란도(Korando)’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뜻을 담고 있다. 티볼리가 잘 팔리지만 기자는 쌍용차 흑자 전환의 일등공신이 코란도라고 생각한다. 쌍용차를 버티게 해준 것이 코란도이기 때문이다. 코란도 차명처럼 한국인은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희망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어렵지 않은 업종이 없지만 조선업이 특히 힘들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조선업 종사자들이 ‘코란도’의 마음으로 고통을 분담했으면 한다. 회사가 살아야 다닐 직장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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