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11분, 올림머리 담당 정 자매 등장
오전 7시를 막 지난 시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기도 전이었다. 안전펜스만 설치돼 있는 좁은 골목으로 주황색 택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의 미용을 담당하는 정송주·매주 자매가 탄 차였다. 평소보다 20분 가량 이른 등장이었다.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돼 있는 검찰 출두 시간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두 자매는 황급히 자택 안으로 사라졌다.
◇오전 7시 23분, 박 전 대통령 지지자 구급차로 이송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숫자가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할 무렵, 삼성동 자택 앞에 위치한 빌라들 사이 골목이 소란스러워졌다.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여성 3명이 길 위에 누워 울부짖고 있었다. “살려줘 박근혜. 이 나라 살려줘”라며 통곡하는 그들을 여경들이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이 울다 지쳐 탈진하고 구토 증세까지 보이자 결국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던 구급차가 들어왔다. 여경 5명이 쓰러진 지지자를 들고 구급차로 이송했다.
◇오전 7시 41분,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도착
구급차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골목이 분주해졌다.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도착해서다.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서 내린 그는 “한 말씀만 해달라”는 취재진들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행정관의 방문 시간은 최근 들어 가장 빨랐다. 지난 16일에는 오후 1시 12분, 17일에는 오전 9시 18분에 이 곳을 찾았다. 19일에는 오전 11시 40분 경에 방문했다. 정 자매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맞춰 평소보다 일찍 자택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8시 15분, 폴리스 라인 설치되고 지지자들 시위 거세져
오전 8시가 넘어서면서 안전펜스 바깥으로 폴리스 라인이 추가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도 점점 격해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곳곳에서 고함을 지르고 경찰과 취재진들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도 보였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폴리스 라인을 넘어와 경찰에게 “너희가 뭔데 우리를 막느냐”며 한 동안 항의를 계속하기도 했다. 경찰은 큰 충돌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막지 않았지만 경찰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시위자는 그 즉시 격리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9시 10분, 자택 나선 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5분쯤 자택에서 나왔다. 청와대에서 자택으로 복귀한 지 9일 만의 첫 외출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올림머리를 하고 남색 코트를 입은 채였다. 특별한 입장 발표는 없었다. 자택에서 나와 곧바로 입구에 대기하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연신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9시 25분, 서울중앙지검 도착…“국민 여러분께 송구”
검찰 출두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선정릉역과 선릉역, 테헤란로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차량과 교통 신호를 통제했다. 포토라인에 선 그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청사 내부로 직행했다.
박 전 대통령의 조사는 오전 9시 35분께부터 서울중앙지검 10층의 1001호실에서 시작됐다. 한웅재 부장검사와 배석검사 1명, 수사관 1명이 참석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되도록 자정 이전에 조사를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 측이 영상녹화에 동의하지 않아 조사 과정이 녹화되지는 않는다. 역사상 4번째로 검찰에 출두한 전직 대통령이 된 박 전 대통령.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순구 기자·윤상언 인턴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