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에는 마오리족이 신성시하는 황가누이강이 있다. 통가리로국립공원에서 시작돼 평원과 삼림지대를 거쳐 태즈먼해로 흘러드는 길이 290㎞의 이 강은 예로부터 마오리족의 주요 수송 루트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마오리족들이 입버릇처럼 ‘나는 강, 강은 나’라고 말할 정도다. 이 때문에 마오리족들은 ‘큰 강’을 뜻하는 황가누이의 보호를 위해 160여년 전부터 힘든 싸움을 벌여왔다. 마침내 마오리족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최근 뉴질랜드 의회가 황가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황가누이강을 훼손하면 사람을 해친 것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1월12일 브뤼셀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을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최근 금융·제조·의료 등의 영역에서 로봇의 활동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로봇에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다만 의회는 로봇이 인간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를 하게 하고 위험 상황에서 강제로 작동을 종료할 수 있는 ‘킬 스위치’를 탑재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침팬지에게 ‘사람(person)’의 지위를 부여할지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권 변호사인 스티븐 와이즈가 ‘토미’와 ‘키코’라는 이름의 침팬지에 대해 동물 우리가 아닌 야외 보호소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항소법원은 조만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들은 침팬지도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춘 만큼 어느 정도 법적 권리를 갖는 개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침팬지에게도 사람과 비슷한 권리를 부여하자는 주장은 관심을 끈다. 자연자원인 강에게 사람과 동등한 자격이 주어졌고 AI도 전자인간으로 인정받은 상황이니 앞으로 또 무엇에 인간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주자는 주장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오철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