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인 ‘C·N·P·D(콘텐츠·네트워크·플랫폼·디바이스)’ 중 핵심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요소는 그때그때 바뀌어 왔다. 스마트폰 활황기에는 디바이스가, 이후에는 플랫폼이 주목 받았고 최근 5세대 이동통신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며 네트워크가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글로벌 ICT 시장에서는 콘텐츠가 핵심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N·P·D 업체 모두 콘텐츠 확보에 팔을 걷어 붙이며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눈에 띄는 곳은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네이버는 기초과학 분야 지식 콘텐츠 제작을 위해 4년간 100억 원을 투자한다고 21일 밝혔다. 투자 목적은 기초과학 분야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화학과 생물학, 지구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 12개 학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표제어 약 1만5,000개 분량의 기초과학 분야 지식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는 등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또한 콘텐츠 제작자 역량 향상 프로그램인 ‘유튜브 위크’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히며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꾸준히 힘을 쏟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은 이동통신사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다. KT는 이날 웹툰 플랫폼인 ‘케이툰’을 통해 기업의 마케팅을 돕는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콘텐츠 사업에 부쩍 힘을 주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5일 KT뮤직에 267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콘텐츠 확보를 위해 경쟁사와의 제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위치기반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의 제작사인 나이언틱·포켓몬코리아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콘텐츠 역량 강화에 나섰다.
디바이스 제조 업체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애플은 지난해 타임워너 인수전에 뛰어든 데 이어 연예산업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ICT 생태계 구성 요소 중 N·P·D는 상위 사업자들의 과점 형태로 흘러가지만 콘텐츠는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조”라며 “다양한 제휴를 통한 콘텐츠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