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먼저 찾는 강소 펀드들이 박스피에도 수익을 내고 있다. 펀드 규모도 수백억원, 많아야 1,000억원대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5년 수익률이 70%에 육박하는 등 성과는 확실하다. 이들 펀드는 증시 흐름과 상관없이 운용역의 철학에 따라 중소형주·성장주 등 뚝심 있게 투자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3.52%에 불과했다. 증시 지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인덱스주식형은 그나마 5년간 8.23%의 성과를 거뒀지만 액티브주식형은 -0.22%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근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박스피로 인해 성과를 내기가 극도로 어려웠다는 것이 펀드 운용역들의 토로다.
하지만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나 홀로 꾸준한 수익률을 쌓아온 펀드들도 분명히 있다. ‘신영밸류고배당’ ‘신영마라톤’ ‘한국밸류10년투자’ ‘베어링고배당’ ‘삼성중소형FOCUS’ ‘미래에셋성장중소형주’ 같은 국내 간판급 주식형 펀드처럼 규모가 크거나 판매사에서 적극 추천하는 상품이 아니지만 기관이나 펀드 투자 경험이 오래된 이들 사이에서는 ‘강소 펀드’로 알음알음 유명세를 누려온 펀드들이다. ‘현대강소기업’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현대자산운용을 중소형주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데 기여한 일등공신 펀드다. 5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신영밸류우선주(86.2%)에 이어 2위(68.4%)를 달리고 있다. 한정록 현대자산운용 상품전략팀장은 “장기적으로 성과가 우수해 기관투자가들이 찾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설정 후 3년째인 지난 2014년 3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최상위등급(펀드평가사 기준 1·2등급)을 놓치지 않은 펀드이기도 하다.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 ‘하나UBS코리아중소형주’ ‘프랭클린중소형주’도 대형 펀드들과 함께 당당히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 펀드가 아니더라도 투자 전략에 맞는 종목을 뚝심 있게 발굴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들도 있다.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의 ‘맥쿼리뉴그로쓰’는 중소형주·대형주 상관없이 성장세가 뚜렷한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중국 내수시장 성장세의 수혜를 받던 화장품·음식료주, 국내 제약주가 크게 상승했던 2015~2016년 사이에는 제약주, 이후에는 정유화학주·산업재·정보기술(IT)주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 전략이 실제 증시와도 맞아떨어지며 5년간 58.2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맥쿼리뉴그로쓰 운용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나 산업의 성장 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KB자산운용의 ‘KB액티브배당’은 고성장주이면서도 고배당주인 종목만 골라 투자한 덕에 흔들림 없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1년간 9.64%, 3년간 31.57%, 5년 동안 45.85%의 성과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펀드 투자를 결정할 때 “착시효과에 속지 말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1년 전 손실이 났지만 최근 원금까지 회복한 펀드의 1년 수익률만 놓고 보면 훌륭한 펀드로 보이기 마련이다. 적어도 최근 3~5년 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는지 꼭 살펴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