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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의 군사·무기 이야기] '리튬전지' 국산 잠수함, 순항할까

납축전지보다 성능 훨씬 우수

2025~2027년 3척 건조 방침

방위사업청이 구상한 차세대 잠수함의 전기추진 시스템. 리튬전지는 디젤 잠수함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긴 항속거리를 갖고 있어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제공=방위사업청방위사업청이 구상한 차세대 잠수함의 전기추진 시스템. 리튬전지는 디젤 잠수함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긴 항속거리를 갖고 있어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제공=방위사업청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방위사업청이 23일 차세대 ‘장보고-Ⅲ 배치-Ⅱ’에 국산 리튬전지 채택을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민군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이날 열린 상세설계검토(CDR) 최종 회의에서 리튬전지 체제의 시제품 제작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사청은 앞으로 시제품과 실물 모형 제작, 테스트 등을 거칠 예정이다.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될 경우 오는 2025~2027년 건조될 장보고-Ⅲ 배치-Ⅱ 3척에는 리튬전지가 탑재된다.

리튬전지는 잠수함 추진전력으로 기존의 납축전지에 비해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 작전환경에 따라 잠항시간을 1.5~2배 이상까지 늘릴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 순간적인 가속도 역시 우수하다. 교체 및 정비 주기도 기존의 7년보다 2배 늘어난다. 배터리의 일부만 대형 전광판의 전구를 교환하듯 바꾸면 제 성능을 유지하는 것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반대로 단점도 있다. 가격이 기존의 납전지보다 2~3배 비싸다.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점도 장벽이다. 세계 각국이 잠수함의 미래 동력원으로 리튬전지에 주목하면서도 실용화 단계를 밟고 있는 나라가 일본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도 자칫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 때문이다. 장보고-Ⅲ 배치-Ⅱ 건조계획이 당초보다 지연(착수는 2년, 건조시기는 4년 지연)된 이유에도 예산 미확보와 함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달 이상 계속돼온 CDR에서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이 충분히 검토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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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방향이 정해진 이상 우리나라는 일본 등 기술경쟁국보다 빠르게 관련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로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전지 분야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잠수함용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00톤급인 장보고-Ⅲ 배치-Ⅱ에 들어갈 리튬전지는 2,000㏄ 승용차 100대분의 자동차 배터리에 해당하는 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리튬전지 채용이 확정되면 상대적으로 타격받을 분야도 있다. 해군의 숙원 사업의 하나인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확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리튬전지 체계가 기존의 납전지보다 우수한 것은 사실이나 디젤 잠수함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며 “장보고-Ⅲ급은 초도형 3척만 디젤 엔진을 달고 나머지 6척은 원자로를 장착하는 방안이 추진됐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방사청은 ‘기존의 209급(1,200톤), 214급(1,800톤)은 물론 장보고 Ⅲ 배치-Ⅰ잠수함도 전면적 창정비나 대규모 개조로 리튬전지로 교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게 균형의 전면 재설계는 물론 함의 모든 전투 및 항법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존 함에 대한 리튬이온 전지 탑재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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