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밤새 인양 지켜본 세월호 유가족들 "내 아이 불쌍해서, 억장이 무너져요"

"지난 3년보다 더 긴 하루 보내

가족 품으로 돌려주세요" 오열

여기저기 긁히고 녹슨 선체 보자

미수습자 가족들 기쁨·탄식 교차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보퉁굴산 정상에 텐트를 친 세월호 유가족들이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다./동거차도=최성욱기자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보퉁굴산 정상에 텐트를 친 세월호 유가족들이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다./동거차도=최성욱기자





“지난 3년보다 오늘 하루가 더 갈었던 것 같습니다.”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보퉁굴산 정상. 선체가 수면 위로 1m가량 올라왔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유가족들은 1.2㎞ 떨어진 맹골수도 해역을 망원경으로 지켜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세월호 인양 결정이 나온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지만 유가족들은 혹시나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길고 긴 하루를 보냈다. 유가족들은 지난 2015년부터 산 정상에 천막을 치고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3년이라는 시간을 꿋꿋이 버텨왔지만 인양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한숨을 쏟아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보퉁굴산 정상에 친 텐트. /동거차도=최성욱기자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보퉁굴산 정상에 친 텐트. /동거차도=최성욱기자


미수습자 가족 7명을 태운 선박은 시험인양이 들어간 22일부터 사고지점에서 1.6㎞ 떨어진 맹골수도 해역 인근 선상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본인양이 전날 밤늦게 시작된데다 시계가 좋지 않아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소식을 외부로부터 듣고 환호를 질러야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긁히고 녹이 슨 세월호를 보고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배 위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구나. 불쌍해서, 추워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미수습자 가족의 소원은 시신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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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0시께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미수습자 가족들을 찾아 면담하기도 했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보니까 가슴이 무너지죠”라는 김 장관의 말에 “9명을 가족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며 오열했다. 김 장관은 “여태까지 견디고 참았는데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면 안 된다. 조금 더 강하게 견뎌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 50여명을 태운 또 다른 배 한 척이 사고 해역 인근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만 하루 만인 이날 오후4시께 서망항으로 돌아온 유가족들은 미수습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밤새 기도하다 배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땅을 밟았다. 이재욱군 어머니 홍영미씨는 “실패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며 “숙제가 풀린 느낌이다. 다만 훼손 없는 인양을 바랐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이렇게 쉬운 걸 왜 3년 동안이나 애간장을 녹였는지 모르겠다”며 “아들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아이들이 무사하게 따뜻한 부모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거차도=최성욱기자 진도=이두형기자 secret@sedaily.com

23일  전남 동거차도 부퉁굴산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 이 곳에서는 희미하게 나마 세월호 인양작업을 볼 수 있다. /동거차도=최성욱기자23일 전남 동거차도 부퉁굴산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 이 곳에서는 희미하게 나마 세월호 인양작업을 볼 수 있다. /동거차도=최성욱기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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