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데스크 진단]조선 '빅2'로 재편, 체질 다져 호황 대비해야

대우조선 '탄탄한 회사' 만들어 M&A 시키고

삼성, 현대重과 한 팀으로 세계1위 지켜내자

홍준석 산업부장 jshong@sedaily@com

정부가 결국 대우조선해양에 6조7,000억원을 더 쏟아붓기로 했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지 1년5개월도 안 돼 다시 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가게 됐다.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고 장담했던 정부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암 덩어리를 도려내는 것보다 정교해야 하건만 정부는 설익은 판단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스스로 말한 대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본질은 이게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을 지키고 청사진을 정밀하게 재설계하는 일이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간이 없다. 양으로나 질로나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온다. 일본은 옛 영광을 재연하겠다며 와신상담한다. 머뭇거리다가는 한순간에 조선 변방으로 내몰릴 위기다.


한국 조선의 밑그림 다시 그리기는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과 사실상 공동운명체다. 이들 3사의 조선 생태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다. 대우조선 협력사 10곳 중 8곳은 삼성·현대와 겹친다. 대우조선의 파국이 두 회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코리아팀’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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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 조선이 가야 할 길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통한 조선산업 체제 개편이다. 대우조선이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몸집을 줄여 ‘작지만 탄탄한’ 회사로 거듭나고 인수합병(M&A)으로 ‘빅3’ 구도가 ‘빅2’로 바뀌는 게 종착지인 셈이다. 실제 채권단은 “조선산업 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빅3를 빅2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오는 2018년 이후 M&A를 통한 ‘대우조선 주인 찾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공감을 표한다.

전제조건은 대우조선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다. 구성원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생산직도 사무직처럼 임금삭감·무급휴직에 동참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사업도 내려놓아야 한다. 대신 LNG선과 친환경선박 등 고부가 분야에 집중해 알짜 조선소로 거듭나야 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빅2 재편’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우조선의 방산사업을 분리하지 않고 통매각하겠다는 정부 구상은 결국 삼성중공업 아니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겠다는 의미다. 방산 특성상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과 현대 모두 대우조선을 떠안기에는 사정이 녹록지 않다. 삼성은 주주 계열사들이 반발할 테고 그룹 컨트롤타워도 없다. 현대중공업은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기회로 삼을 요소가 분명하다. 현대는 비조선사업 분사로 몸집이 가볍다. 조선3사 중 재무구조도 가장 안정적이다. 삼성은 대우조선 방산을 통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우조선해양 살리기는 대우조선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추산업인 한국 조선, 나아가 한국 경제의 도약과도 직결된다. 정부와 업계 모두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맞대고 최선의 정답지를 도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한국 조선은 차디찬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게 뻔하다. 한진해운의 전철을 다시 밟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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