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아시아여자핸드볼 선수권 대회 결승전을 관전했다. 지난주 말 검찰에 출두해 13시간 동안의 강도 높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였지만 대한핸드볼협회장인데다 SK하이닉스와 SK루브리컨츠 등 남녀 핸드볼팀을 보유한 기업의 총수인 만큼 경기를 직접 참관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핸드볼뿐만 아니다. 계열사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자신도 검찰 조사와 출국금지 상태지만 SK그룹의 ‘딥 체인지’를 위한 활동은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계열사별로 필요한 혁신과 조직 변화를 주문하고 있으며 투자 활동도 위축되지 말 것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국내에 머물면서 한국을 방문한 해외 귀빈들과 만나 급변하는 세계경제에 대해 경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SK텔레콤은 곧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주도하는 만큼 최 회장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들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인공지능 기술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도 출국금지로 직접 일본에 가지 못하지만 주의 깊게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사업장을 최근에도 수시로 찾을 만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우 지난해 2~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중국으로 출국해 파트너들과 사업을 논의하면서 실마리를 풀어갔다”며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그룹의 내부 혁신에 힘쓰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는 어렵더라도 국내 투자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보다 3조원이 증가한 총 17조원을 올해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충남 서산 배터리 생산설비 5·6호기 투자를 결정하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도 3.9GWh로 키우면서 자동차 기업의 면모에 한 발짝 더 다가섰고 SK머티리얼즈도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생산공장 증설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