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닭의 해에 말 그대로 닭 때문에 난리다. 연초부터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부터 닭고기까지 연쇄적으로 물량 확보에 난리를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일에는 브라질산 부패 닭이 문제 되면서 모자란 국산 닭을 수입품으로 대체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연이은 닭 파동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AI 초동 대응에 실패한 정부에 있다.
이런 정부가 최근에는 닭고기 가격 인상에 대해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달 초 BBQ가 8년 만에 가격 인상을 추진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뜬금없이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위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운운하며 몸을 던져 막았다. 다른 식품 물가가 오를 때는 가만있더니 유독 치킨 값에만 민감해하며 호들갑을 떤 셈이다. 가격 인상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탈세나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것도 아닌데 유관기관과 합의도 없이 ‘일단 지르기’ 식으로 꺼낸 공권력 행사 카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마트가 최근 닭고기 값을 올리려 하자 다시 제동을 걸었다. 브라질산을 대체할 마땅한 수급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여기저기 가격만 누르는 형국이다.
닭고기 값 인상은 물론 소비자에게 반가운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독과점·담합 등 심각한 시장교란 증거도 없이 정부가 개별 민간 기업의 가격 정책에 왈가불가할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기본 원칙을 무시한 행위일 뿐이다. 닭은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쌀처럼 가격탄력성이 극히 낮은 필수재도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에 맥주·햄버거·과자·라면 등 값이 안 오른 품목이 없다”며 “정말 ‘정당한 시장 개입’이라면 이들 가격도 정부가 통제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는 AI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가격 개입에만 과욕을 부릴 게 아니라, 실질적인 닭고기 수급 대책 마련 등 본연의 임무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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