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종목의 거래가 다음날 정지된다. 공매도는 앞으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이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시장에서는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의 쇼트커버링(공매도 후 매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쇼트커버링이 발생하면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27일부터 공매도 과열로 낙폭이 확대된 종목을 선별해 다음날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다. 일반적인 주식거래는 허용된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조건은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20% 이상(코스닥과 코넥스는 15%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직전 40거래일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주가 하락 등 세 가지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 조건을 충족한 과열종목은 지난해 코스피 37곳, 코스닥 30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6개사, 코스닥 5개사가 공매도 과열종목에 해당된다.
거래소는 외국인·기관과 개인투자자들 간 공매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과도한 공매도에 따른 비정상적인 주가 급락을 예방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이 까다롭고 지정돼도 공매도 금지기간이 하루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6월 도입된 ‘공매도 공시제’ 역시 애초 기대와 달리 그 실효성은 대체로 미미했다”며 “거래소 차원의 지정요건별 적출 가능 후보군에 대한 사전예보가 이번 제도 안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공매도 제한에 따른 투자전략에 주목하며 쇼트커버링 수혜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쇼트커버링은 약세장을 예상하고 공매도했던 물량을 청산하는 매수행위다. 통상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006800) 연구원은 “최근 대차잔액과 공매도 잔액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쇼트커버링 전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수세 유입으로 이들 종목들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콤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금호석유(011780)화학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금호석유의 공매도 누적 거래대금은 2,313억원으로 전체 누적거래대금의 24.89%를 차지했다. 이어 CJ대한통운(000120)(21.34%), 한화생명(088350)(20.45%), 아모레퍼시픽(090430)(18.62%)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로엔(016170)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16.46%로 가장 컸다. 뒤이어 코미팜(041960)(14.47%), 제넥신(095700)(14.22%), 셀트리온(068270)(13.98%), 덕산네오룩스(213420)(13.93%) 순이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주가가 바닥권에 있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당 수준의 주가 하락을 통해 공매도 거래의 실익이 확보된 기업들은 쇼트커버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연초 이후 월평균 공매도 비율은 20.3%로 높은 가운데 최근 한 달간 주가는 8.8%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이 월평균 공매도 비율이 20.2%로 높고 최근 한 달 동안 주가는 11.5% 떨어졌다. 이익 모멘텀이 긍정적인 종목도 쇼트커버링 이후 주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를 주도하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종목 가운데 실적 모멘텀에 근거한 기대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며 휠라코리아(081660)·S-OIL·삼성증권(016360)·SPC삼립(005610)·LG전자(066570)·BGF리테일(027410) 등을 해당 종목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