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해병대 ‘팔각모’

2815A38 만파





경북 포항의 해병대 신병 훈련소에는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소개한 4.8m 높이의 군가 탑이 자리 잡고 있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로 시작하는 팔각모 사나이는 해병대 상륙 작전의 당위성을 담아 ‘해병대=팔각모’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널리 심어주게 됐다. ‘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라는 후렴구의 흥겨운 리듬은 일반인들도 흥얼거릴 정도다. 1982년 해병대의 대표 군가로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멋쟁이라는 말이 오히려 해군과 더 어울린다는 지적을 받아 별도의 사유서까지 제출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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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군이 쓰던 팔각모는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 해병과 일본군이 벌였던 이오지마 전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숱한 희생을 치르며 8번 시도 끝에 전략 요충지를 점령한 미국 해병이 보여준 불요불굴의 정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팔각모를 정식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우리 해병은 여기에 신라 화랑도 정신인 세속오계에다 욕심·유흥·허식 등 세 가지 금기사항을 포함한 팔계(八戒)의 뜻을 담았다. 흔히 팔각모는 빨간 명찰, 세무워커로 불리는 전투화와 함께 해병대의 3대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전역 이후에도 힘들 때마다 팔각모를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는 ‘영원한 해병’들이 적지 않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났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방부가 해군과 해병대의 일체감을 높이겠다며 해군들도 팔각모를 착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해병대와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해난구조대(SSU)만 착용하고 있는 팔각모를 해군 장병 모두가 쓰도록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역들은 해병대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지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군 나름의 고민도 있겠지만 해병대는 자원 입대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귀를 좀 더 귀울여야 할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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