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달러 흐름에 대해 시장의 한 전문가는 “좀 과장하자면 트럼프로 시작해 트럼프로 끝나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미국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트럼프의 친성장·친기업 정책과 보호무역 정책 등이 강한 달러를 이끌었다. 달러 가치는 지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랬던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 약세의 방아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겼다. 금리를 시장의 예상과 달리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을 밝힌 뒤부터 달러는 약세를 이어갔다. 이후 달러 약세에 불을 붙인 것은 흔들리는 ‘트럼프노믹스’다. 지난주 말에 미국 하원에서는 ‘트럼프케어’ 표결에 실패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초기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등 잇단 악재로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시장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원화 역시 달러의 움직임을 따라 출렁였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원80전 내린 1,112원80전에 마감했다. 13일 1,150원(종가기준) 밑으로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은 거의 2거래일마다 10원씩 떨어지며 이날 1,110원대까지 내려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강세를 보였던 달러의 힘에 밀려 원화는 지난해 12월28일 1,212원50전으로 1,200원까지 돌파했다. 하지만 다시 등락을 반복하면서 하락해 이날까지 3개월이 채 안 돼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원화 하락률(가치 상승률)은 8.2%에 달했다.
외환시장에서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폭이 큰 변동성이다. 최근 환율 흐름의 변동성이 크다 보니 참여자들 역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화가 단기적으로 1,08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 역시 장담할 수는 없다. 원화의 방향성을 잡지 못해 투자자들은 그만큼 전략 세우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환율 전망에 대한 시각도 갈린다. 한동안 약세를 전망하는 이들은 미국 내 요인 이외에 엔화와 유로화 흐름에 주목한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완만한 물가 상승 속에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며 긴축을 준비하게 되면 유로·엔 강세가 촉발되고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는 낮아진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강달러 기조가 마무리되고 약세로 추세 전환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28일로 예정된 연설에서 통화정책 경로를 어떻게 제시할지가 주목할 변수다. 또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다. 애플·구글 등 미 대기업의 천문학적 해외 수익을 미국 내로 대거 돌아오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통화정책과 상관없이 달러화 강세가 재연될 수 있다. 박형준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 약세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며 달러화 강세 압력은 누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트럼프의 친성장·친기업 정책은 한결같이 달러 강세를 야기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손철특파원 구경우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