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편 이후 본격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상대로 판매가와 경쟁력 모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올해 출시 예정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허쥬마’의 건강보험 약가를 37만2,692원에 승인받았다. 유방암 치료제인 허쥬마의 오리지널 제품은 로슈의 ‘허셉틴’으로 현재 건강보험 약가는 51만7,628원이다. 허셉틴과 비교해 허쥬마의 약가는 72%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혈액암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트룩시마’도 오리지널 제품인 로슈 ‘맙테라’의 72% 가격인 93만4,655원에 승인받았다. 트룩시마와 허쥬마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마쳤으며 정식 출시를 앞두고 특허소송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로슈는 셀트리온의 가격 전략에 맞서 약가 인하 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제품 대비 건강보험 약가를 70% 이상으로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70%가 상한액이었지만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편으로 첫 수혜를 입은 제품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혁신형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해 약가 상한선을 기존 70%에서 80%로 상향했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대상이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글로벌 제약사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유리하다.
셀트리온은 당초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국내 약가를 오리지널의 75~80% 수준까지 책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조기에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연내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출시를 앞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LG화학(051910) 등도 기존 오리지널 대비 65% 수준에서 70% 이상 약가를 책정할 수 있어 국내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약가제도 개편으로 받는 우대 혜택은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된 뒤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오리지널 제약사는 바이오시밀러 신제품이 출시되면 30%가량 가격을 낮춰 견제에 나서는데 약가 상한선이 올라가면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제품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최대 20% 수준으로 줄어드는 탓에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대비 약가는 기존 95%에서 90%로 내려간다. 판매가가 기존보다 높으면서도 가격 경쟁력도 오히려 올라간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책정된 약가는 해외 약가를 산정할 때도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기에 약가를 산정하는 작업은 개발과정 못지 않게 복잡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며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바이오시밀러보다 가격을 낮춘 오리지널 의약품도 머지 않아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