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이렇다. 지난달 서경씨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만끽하고자 친구들과 젊음의 거리 이태원 경리단길을 찾았다. 멕시코 음식에 수제 맥주를 곁들이기 위해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검색한 맛집을 찾았다. 맥주를 시켰더니 간만에 레스토랑 직원이 신분증 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동안이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지갑을 뒤지던 서경씨는 흠칫 놀란다. ‘아, 내 주민등록증…’ 그렇다. 지갑에 있던 신분증이 온데간데없다.
맥주 한 입도 못 마시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온 서경씨는 신분증 찾아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여기도 없고 저기에도 없는 신분증. 금요일 밤이고 근무시간이 끝나 어디 물어볼 데도 없자 서경씨는 포기하고 침대에 눕는다. ‘일단 운전면허증이 있으니까 당분간은 그걸 쓰고 주민등록증은 재발급 받아야겠다’며 생각하며 남은 금요일 밤을 TV시청으로 흘러 보낸다.
그리고부터 한 달 뒤인 어젯밤의 일이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꺼내든 서경씨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자신이 쓰지도 않은 금액 300만원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이제야 전화기를 꺼내들고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건 서경씨는 누군가 A씨의 신분증을 이용해 신용카드를 재발급받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서경씨는 여전히 끙끙 앓고 있다.
재테크로 돈을 모으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지고 있던 돈을 잘 간수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은 것이다. 마침 어제 금융감독원 직원이 안내해줬던 ‘신분증 분실 시 금융피해 예방요령’ 게시글이 떠올랐다. 신분증 분실 시 신용카드 분실신고하듯 가까운 관공서에서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까지도.
서경씨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로 들어가 ‘금융꿀팁’ 메뉴를 선택한다. 들어가보니 신분증 분실 시 예방요령뿐 아니라 절세 노하우, 신용등급 올리는 방법 등 각종 꿀팁 관련 게시글이 나열돼 있다. 차차 읽기로 하고 우선 시급한 글부터 클릭한다.
“신분증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 : 즉시 가까운 관공서에 분실신고 한다” 서경씨는 소제목을 소리 내 읽는다. 주민등록증을 분실했을 경우 주민센터, 운전면허증을 분실했을 경우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민원24 포털 또는 도로교통공단 e-운전면허에 접속해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신분증 분실 사실이 행정자치부 전산망에 등록되고, 금융회사는 영업점에서 계좌 개설, 카드 재발급 등 거래 시 전산망을 통해 신분증 분실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신분증 도용으로 인한 금융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분실신고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개인정보 노출사실 전파(해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가까운 은행 영업점이나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신청이 있으면, 금융정보 공유망인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등록되어 계좌 개설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신규 금융거래 시 금융회사가 거래 당사자의 본인 확인을 강화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신용조회회사에 신용정보조회 중지 신청하면 2차 피해를 이중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신용조회회사는 본인에 대한 신용조회 발생 시 실시간으로 신용조회 사실을 알려주고, 사전에 신용조회 차단도 가능하다. 또한, 명의 도용자가 분실된 신분증을 이용하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은 금융사기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진작 알았으면 정말 좋았을 듯한 꿀팁에 서경씨는 한숨이 나온다. 또다시 잃어버린 300만원이 떠오른다. 일단 경찰 신고를 해 놓긴 했는데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서경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우울하고 또 우울한 하루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하루. 서경씨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금융꿀팁’ 메뉴를 한 참을 흩어보다 결국 낮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