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돌풍' 안철수...3가지 키워드는 强철수·확장성·비문연대

TK·강원 경선서 72.4% 지지율로 4연승

①强철수 '우유부단' 이미지 벗고 강한 남자로 변신...발언 수위도 세져

②확장성 합리적 진보부터 보수까지 아우르는 스펙트럼에 운신폭 넓어

③연 대 자강론 내세우지만 文과 격차 못좁히면 비문연대 나설 가능성

3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구·경북·강원권역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3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구·경북·강원권역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세론’으로 싱겁게 끝날 것만 같았던 올해 대선 판도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화려한 부활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치고 10개월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한 안 전 대표는 자신이야말로 문재인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국민의당 호남 경선의 압승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안 전 대표가 입버릇처럼 말해온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구도’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30일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구·경북·강원지역 경선에서 유효투표 1만1,296표 가운데 8,179표(72.41%)를 얻으며 순회경선 4연승을 달렸다. 대선을 39일 앞두고 다시금 불어닥친 ‘안철수 돌풍’의 원인 세 가지를 분석해봤다.



◇양보의 아이콘에서 강한 남자로 변신=그동안 정치권에서 ‘안철수’라고 하면 항상 따라붙는 이미지는 ‘양보’와 ‘우유부단’이었다. 정치권에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데 이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막판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다시 자리를 내줬다. 또 그가 보여준 행보에서도 뭔가 확실치 않은 듯 애매모호한 특유의 화법으로 ‘간철수(간만 보고 결정을 안 한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는 결국 정치인 안철수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6일 전주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전북 경선 현장에서 만난 안 전 대표는 목소리와 표정 모두에서 더 이상 예전의 안철수가 아니었다. 그는 평소의 얇고 차분한 어투를 벗어던지고 굵고 힘찬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저 착하게만 느껴지던 얼굴 표정 역시 세월호 사태를 언급하며 “이게 나라냐”고 외칠 때는 인상을 쓰며 가슴 속 분노를 쏟아냈다. 연설이 끝나자 지지자들은 “강철수”를 연호하며 ‘강(强)철수’의 귀환을 반겼다. 목소리와 표정뿐 아니라 발언의 수위도 높아졌다. 2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을 돕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짐승만도 못하다”며 독설을 퍼부은 데 이어 전날에는 문 전 대표 캠프의 ‘보조타이어’ 발언에 대해 “본인들이 폐타이어”라고 맞받아쳤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와의 대립각을 통해 양자구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진보부터 보수까지 품을 수 있는 스펙트럼=안 전 대표의 또 다른 힘은 정책적 확장성이다. 그가 창당한 국민의당이 합리적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제3지대 정당을 목표로 한데다 핵심 지지층 역시 이념적 결사체의 성격이 옅어 정책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넓은 운신의 폭을 토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탄력 있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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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 전 대표의 성장담론인 공정성장론 역시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질적인 적폐 청산과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해법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해 대기업의 횡포를 막되 규제 신설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부터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가장 최후의 증세 수단”이라며 “글로벌 환경에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세론을 깰 비문 연대의 열쇠=문 전 대표가 민주당 순회경선에서 잇따라 압승하면서 ‘비문(비문재인)’을 고리로 한 중도·보수 진영의 연대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상 세력 간 연대 없이는 자력으로는 문 전 대표와 맞서 승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대세론을 깰 비문 연대의 열쇠는 안 전 대표가 쥐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공학적 선거용 연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여전히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대선 막판 비문 연대에 동참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내심 안 전 대표의 눈치만 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중도와 보수층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넓은 확장성도 안 전 대표의 강점이다. 실제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황 대행의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안 전 대표로 돌아섰다. 또 안희정 지사가 당내에서 좀처럼 문 전 대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자 안 전 대표로 옮겨가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김현상·박형윤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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