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이 승인을 받지 못하면 폐기하는 게 상식에 맞다. 대의원대회 결과를 무시하는 것은 대의원을 뽑은 조합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같은 규약을 조만간 재상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억지를 부리겠다는 심사다. 입으로는 민주노조를 말하면서 정작 행동은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노조원 사이에서조차 “노조 의결기구의 결정을 부정하는 것이 민주노조냐”는 불만이 쏟아지겠는가. 회사 측 역시 4개 법인을 대표해 하나의 노조가 단일 교섭하겠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집행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이다. 현대중공업의 분할은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주절벽을 넘어보려는 고육지책이다. 이렇게 사업재편을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이룬다 하더라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조선산업의 현실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골몰하니 한심한 일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회사 실정은 외면한 채 제 몫 챙기기에 몰두하는 것은 대우조선 노조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 노조는 수조원의 추가 지원방안이 나오자 뜬금없이 ‘4자협의체’ 운운하며 고통분담을 피하려 하고 있다. 노조가 이런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의 정신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