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출발선은 크게 대학과 기업, 두 갈래로 나뉜다. 하지만 최근 창업의 출발선이 바뀌고 있다. 기업발(發)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창업 성공률도 높다. 직장 내에서 승진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기보다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해나가는 ‘옆으로 가는 사다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창조경제연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5%가량이 기업발 창업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도 대학발 창업이 전체의 10%뿐이며 나머지 90%가 기업발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아직도 옆으로 가는 사다리에 대한 도전율이 매우 낮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패 포비아’ 탓이다.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정책의 부재 탓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직장과 창업의 경계를 허무는 스핀오프 식 창업을 육성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핀오프 기업은 대기업에서 제품 기획부터 양산·유통의 전 과정을 경험한 이가 분사한 뒤 창업하는 회사라 성공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대학발 창업기업이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건너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화 전 단계까지는 대기업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이기 때문에 제품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은 “옆으로 가는 사다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내 벤처에 대한 인증이나 세금감면 제도 등의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기업발 창업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