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지도 못한 대학가 '벚꽃 대선'

서강대·숙대·외대 등

3월 총학생회장 재선거도 무산

공석 사태 장기화 불가피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내에 총학생회 회장 및 부회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 투표소가 설치돼 있다.  /이두형기자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내에 총학생회 회장 및 부회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 투표소가 설치돼 있다. /이두형기자


지난해 총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대학들이 3월 ‘벚꽃 대선’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아 총학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일부 대학은 수년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강대를 비롯해 숙명여대와 한국외대(서울캠퍼스)가 총학 구성에 또다시 실패했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 말 새로운 총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면서 올해 3월 재선거를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강대와 한국외대에서는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자제가 무산됐다. 숙대는 단일 후보가 출마했으나 추천인 수 미달로 선거가 취소됐다.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늦더라도 보궐선거를 치르면 총학이 구성됐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학은 총학생회장 선출에 실패함에 따라 총학 공석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숙대는 지난 2015년 총학 선거 무산 이후 2년째, 한국외대는 1년째 총학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서강대 역시 올해는 재선거 없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각 단과대 혹은 학과별 대표들이 참여한 조직으로 학생들이 직접 선출하는 총학과 비교하면 대표성이 떨어진다.

입후보자 없거나 추천인수 미달

무관심에 수년째 총학 구성 못해

학교측도 학사 운영 차질에 난감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로는 취업난이 꼽힌다.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에 나서야 하는 현 세태에서 1년간 총학에 매진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관심이 높은 신입생들이 참여하면서 이번에는 총학을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총학이 더 이상 학생들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만 재확인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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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공석이 길어지면서 학교도 난처한 상황이다. 학교 입장에서 총학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주요 창구이자 협의 대상이라 총학 부재는 사실상 대화 상대방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내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기구인 대학 평의원회에서 학생대표는 주로 투표로 뽑힌 총학 회장과 부회장이 참여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학생회 비대위 위원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비대위는 총학 부재라는 비상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학생이나 학교를 위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협의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총학은 공약을 준비하면서 학교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되지만 비대위는 그런 부분이 부족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며 “총학이 있는 학교만큼 학생들과 소통하기도 쉽지 않아 학교 입장에서도 총학 부재가 길어지는 게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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