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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깨비’ 김병철 “큰어머니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다 들었어요”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초로 시청률 20%를 넘기는 신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도깨비’ 공유나 ‘저승사자’ 이동욱이 아닌 ‘간신’ 김병철이 아니었을까?

영화 ‘알포인트’의 ‘조상병’, ‘미쓰GO’의 얼빠진 조폭 ‘독개구리’,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박병수 중령’, ‘쇼핑왕 루이’의 ‘이경국 과장’ 등 김병철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온 연기파 배우. 하지만 ‘도깨비’에서 그가 연기한 간신 ‘박중헌’은 김병철이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찾아볼 만큼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다.

배우 김병철이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배우 김병철이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지난 설에 큰 집에 갔는데 큰어머니께서 저보고 축하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전에는 항상 저를 보면 어떡하니 열심히 해라고 하시던 분인데. 연세가 있으신 큰어머니도 저보고 축하한다고 해주실 정도로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 확 실감이 오더라고요.”

그동안 김병철은 사실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 ‘알포인트’의 ‘조상병’이나 드라마 ‘미세스캅2’의 ‘민종범’처럼 웃음기 없는 서늘한 배역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는 ‘태양의 후예’에서 ‘우럭 닮은 양반’으로 불리던 특전사 중령 ‘박병수’와 루이(서인국 분)의 별점 다섯 개에 세상 좋아라고 웃던 ‘쇼핑왕 루이’의 ‘이경국 과장’ 등 코믹한 이미지가 좀 더 친숙했다.

“평소에 그렇게 코믹한 이미지는 아니고, 그냥 좀 조용한 편이에요. 편해져야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편이라, 코믹한 이미지나 간신 박중헌 모두 제 실제 이미지와는 달라요. 그래도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박중헌’보다는 ‘이경국’쪽이 제 이미지에 가깝다고 해야겠죠?”

배우 김병철이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배우 김병철이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사실 ‘도깨비’에서 김병철이 연기한 ‘간신 박중헌’은 당초 김은숙 작가의 큰 그림에는 존재하지 않던 인물이었다. 김병철도 처음에는 도깨비 김신(공유 분)의 고려시대 모습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뒤에 900년 동안 구천을 떠도는 악귀가 되어 “파국이다”를 외치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처음에는 대본이 끝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박중헌’이라는 이름도 없고 그냥 ‘간신’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전형적인 간신의 이미지를 생각했죠. 사극 부분을 촬영할 때 현재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너무 악행이 커서 저승사자는 아닐 것 같고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저도 궁금했는데 ‘악귀’가 되어 등장한다는 말에 놀라면서도 역시 김은숙 작가님이 글을 잘 쓰신다고 감탄했죠. 그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기타누락자’가 2명이라는 등 미리 사전에 암시가 다 되어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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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김병철 배우 본인도 자신의 역할을 잘 몰랐기에 ‘도깨비’ 초반 과거회상 속의 간신 ‘박중헌’과 현재 시점에 악귀가 되어 다시 등장한 ‘박중헌’의 연기 역시 조금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연기보다도 사실 보랏빛 혀를 낼름거리는 악귀 ‘박중헌’의 모습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겠지만 말이다.

“혓바닥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사실 대본에는 박중헌이 웃는데 혀가 보인다고만 적혀 있었어요. 그게 막상 연기를 해보니 웃는지 안 웃는지 미묘한 표정이 좋을 것 같아서 혀를 낼름거리는 것을 생각해봤죠.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입술이 마르잖아요. 그런 부분이 전생에 말 많은 학자였을 ‘박중헌’의 생전 습관을 토대로 만들어본 설정인데, 드라마를 보니 일부러 혀를 보여주려는 움직임처럼 보이게 됐네요.”

배우 김병철이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 지수진 기자배우 김병철이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 지수진 기자


김병철의 변신은 ‘도깨비’ 이후에도 계속된다.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 된 ‘일급기밀’에서는 군 납품비리를 저지르는 항공부품 구매과의 과장으로 악역의 모습을 선보이고, OCN 드라마 ‘터널’에서는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강력반 형사를 연기한다. 또한 MBC ‘군주’에서는 허준호의 아들로 약간 허당기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고보면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데도 의외로 코믹하지 않은 역할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것이 김병철 배우의 장점이다.

“제 외모가 솔직히 배우로 눈에 띄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전 제 외모가 마음에 들고 좋아요. 제 외모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보면 전 그동안 코믹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박중헌’을 통해 본격적인 악역을 경험하면서 한층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기회를 얻게 됐고, 제 외모가 평범하고 눈에 안 띄어서 다양한 역할을 넘나들기 쉽다는 것이죠.”

“어릴 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참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잖아요. 전 그걸 보면서 저 인물들의 삶을 다 살아보고 싶었어요. 이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는 조금 달라요. 사실 지금은 제가 원했던 다양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배우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연기를 할 수록 다른 방법과 경로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제 어릴 때 꿈에 그렇게 다가서고 있다고 할까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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