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로 구속 수감된 31일 공교롭게도 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었다. 당의 얼굴을 뽑는 날인 만큼 잔칫날인 것은 분명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모호한 분위기였다.
이례적으로 이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자취를 감췄다. 소수 인원만 준비한 태극기를 꺼냈을 뿐 집단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권역별로 치러진 대선 경선 비전대회 때는 태극기집회로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침통해 하는 당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체육관 내 카페에서 한 당원은 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호송차량을 타고 가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TV로 나오자 “TV 좀 꺼주면 안 되느냐. 아주 열불이 나 죽겠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70대 여성 당원은 ‘진실은 밝혀져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침묵시위를 벌였다. 탄핵 사태 때 당 수장을 맡은 이정현 전 대표와 인명진 비대위원장에 대한 성토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침체에 빠진 당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하나같이 이를 언급하며 당원들을 격려했다. 전당대회 의장을 맡은 안상수 의원은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이 구속되는 안타까운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며 “밝은 비전과 희망만을 얘기할 수 없는 게 우리 당의 냉혹한 현실이지만 오늘 전대에서 위기를 돌파할 대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축사 도중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절대 결속해야 한다”면서 당원들과 함께 ‘단결’을 구호로 만세삼창을 외쳤다.
/류호·김지영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