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글로벌 가치사슬 위기 극복하려면

김재홍 KOTRA 사장

파트너십 다방면으로 확대

새 가치사슬로 부가가치 창출

국가간 경계 허물고 상생 도모

서비스 산업 집중해 내실 다져야

김재홍 KOTRA 사장




과거 한국의 외화벌이 주역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 중동에 파견된 건설근로자들이었다면 산업화시대 외화벌이의 주역은 단연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생산·유통 등 전 범위에 이르는 기업 활동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세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세계가 수십 년간 쌓아온 가치사슬 체계를 미국발 신보호주의가 흔들고 있다. 가치사슬에 편입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온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 가치사슬 활용의 선두주자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확대하는 전략은 지난 2000년대부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 무렵 가속화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저임금·고효율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한국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는 중국(47.7%)과 일본(47.4%)보다 훨씬 높은 62.1%를 기록했다.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의 확대가 한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확대는 한국 경제에 구조적으로 중국과 일본보다 더 큰 리스크를 안게 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각자 자국 내로 공급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추구해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가치사슬을 거둬들이면 거기에 편입돼 있던 한국 기업은 갈 곳을 잃게 된다. 또 기존 해외투자 기업들의 생산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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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치사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먼저 새로운 가치사슬 확대를 통한 ‘부(富)의 창출’이 중요하다. 새로운 가치사슬 창출이란 파트너십을 다방면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동반 성장하고 선진국은 개도국과 윈윈하는 협력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기존의 가치사슬이 집중된 섬유·의류, 전기·전자, 금속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서 가치사슬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적 자본, 첨단기술, 고품질 인프라, 미래 선도 제조기술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특화해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상생과 호혜의 글로벌화로 ‘부의 공유’에 동참해야 한다. 국가 간 무역과 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대에 일방적 수혜는 성립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최대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맞지만 이 측면만 보고 무역보복을 했다가는 미국도 같이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한국도 미국에서 흑자를 보는데 만족하기보다 상생할 수 있는 조화로운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국내 대기업이 미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려는 것도 부의 공유 창출 전략으로 주목할 수 있다. 보호주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까지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상생과 호혜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 전략도 외형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덩치만 키우기보다 ‘부의 내실화’를 도모해야 한다. 저임금 시장에서 조립·생산 공정을 수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고효율 및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과 시장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특히 서비스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하는 핵심요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수출에서 서비스의 부가가치 비중은 5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5%에 불과해 서비스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도 필요하다. 가치사슬의 핵심 아이디어는 연결이다. 상대국가의 경제 발전과 고용 등에 도움이 되는 전략을 구사해야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 지구촌이 함께 잘 사는 상생과 호혜의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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