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위원장을 비롯해 11명으로 구성된 기술위는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경질 여론에 휩싸인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1시간 넘게 토론이 이어졌지만 유명 외국인 사령탑이나 국내 새 인물을 데려와 팀을 재정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된 결과다. 지난 2014년 9월 출발한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9월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 3대2로 진땀승을 거두고 약체 시리아와는 중립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10월 이란 원정에서 0대1로 진 뒤에는 감독이 패배를 공개적으로 선수 탓으로 돌려 논란이 일었다. 늦어도 이때는 수면 아래로 대안 찾기에 나서야 했지만 기술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2대1 홈 경기 승리에 안심할 뿐이었다. 슈틸리케 한 명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기술위는 그러나 신태용 코치가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으로 이동한 뒤 쓸만한 수석코치조차 앉히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선수선발과 전술활용에서 유연성을 찾기 힘든 독불장군을 키운 셈이 됐다.
‘믿음의 축구’는 결국 화를 불렀다. 원정 사상 최초로 중국에 지고 돌아왔고 시리아전에서는 골대가 막아준 덕에 1대0으로 겨우 이겼다. 대표팀은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조 2위는 1점 차로 근근이 지키고 있다. 3경기밖에 남지 않아 본선 진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 월드컵 본선이다. 이대로라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게 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위원장은 “부임 초기부터 돌아보는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다음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예선을 마치고 감독 교체를 다시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위는 대표팀의 잇따른 부진에 대해 짧은 소집기간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6월 재개될 최종예선 잔여경기에서는 대표팀을 조기 소집할 계획이다. 수석코치 등 필요한 코칭스태프도 적극 추천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