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인터뷰] 산다라박 " ‘원스텝’ 시사회 때 2NE1 멤버들이 1등으로 와서 응원"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 과거 그룹 2NE1(투애니원)의 산다라박과 지금의 박산다라로서의 모습을. 필리핀 현지에서 종횡무진 활동한 후 아이돌 인생 7년, 그리고 현재 산다라박은 제 3의 기로에 서 있다. 본격 배우로서의 삶에 뛰어든 것.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필리핀 활동시절부터 드라마와 영화, 2NE1 시절에도 웹드라마로 꾸준히 의욕을 내비쳐왔다.

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2NE1이 2016년 11월 공식 해체한 후 그가 영화 배우로 돌아왔다. 이미 톱아이돌로서 익숙한 산다라박이 스크린 첫 진출 만에 주인공 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염려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음악영화 ‘원스텝’(감독 전재홍)은 산다라박의 무리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껏 쌓아온 음악적 감각과 연기 모든 장기를 펼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대였으므로.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봄씨어터에서 만난 산다라박은 배우로서 가지는 인터뷰 자리에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특유의 설렘 가득한 해사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사실 어떤 일에서든 잘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은 있죠. 그래도 원스텝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지인 분들도 많이 봐주시고 처음이니까 지적보다는 좋은 쪽으로 얘기해주시더라고요. 더 좋은 모습 앞으로 기대한다고요. 일단 ‘음악영화’라는 점에 끌렸어요. 그 당시엔 편한 마음으로 결정했고, 촬영을 하면서도 그 동안의 촬영 경험이 있어서 부담이 있거나 떨지는 않았는데 개봉이 다가오니 떨리더라고요. 무대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6일 개봉하는 영화 ‘원스텝’에서 산다라박은 배우 한재석, 조동인, 홍아름과 완벽히 새로운 조합으로 합을 맞췄다. ‘원스텝’은 과거를 모두 잃어버린 여자 시현(산다라박)과 자신의 전부였던 작곡을 할 수 없게 된 작곡가 지일(한재석)이 만나 자신들의 잃어버린 어떤 것을 찾기 위한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뮤직 드라마. 극 중 산다라박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후 ‘색청’을 앓는 시현 역을 맡아 연기했다.

“시현이는 처음엔 어두워 보이는 아이이거든요. 교통사고 후 기억도 가족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왠지 슬픈 표정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한)재석 선배님도 말씀해주신 부분인데, 비춰지는 모습은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되게 차분하고 낯도 가리고 두려움도 있어서 시현이가 어릴 때 제 모습과 닮아있었어요. ‘색청’이라는 소재의 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상상에 기반 해서 연기했어요. 허공에 대고 연기하면서 후반작업으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더라고요. 평소에 하던 것과 다른 장르를 부르려고 매일 연습 했죠. 지금까지는 랩에 가깝게 발음도 멋 부려서 불렀다면, 이번에는 청아하게 부르려고 했는데 제 목소리와는 더 맞는 노래였어요. 저도 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재석 선배님도 워낙 대 선배님이시다보니 ‘혹시 차가우시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는데 오히려 현장 분위기를 가장 많이 띄워주셨어요. 후배들이 긴장할 수 있는데도 그걸 풀어주려고 해주셨고요. 재석 선배님, 조동인 씨, 홍아름 씨 모두 실제로 밴드 연주를 하셨던 분들이라 촬영도 수월했고, 쉬는 시간에도 재미있었어요. 음악 얘기도 많이 했죠. 실제 연주를 해서 라이브 느낌도 영화에 잘 살아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정말 잘 대해주셨어요. 모든 배우들에게 굉장히 친절한 감독님이셨어요.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는데, 저에게 요구사항을 강요하기보다는 리딩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네가 편해야 하니 편한 말투로 바꾸고 아이디어 얘기해도 좋다’고 해주셨고요. 촬영기간이 빠듯했지만 덕분에 빨리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음악 힐링 영화 ‘원스텝’의 감성처럼 추운 날씨 속에서도 현장 분위기는 훈훈했다. 저예산인 터라 1대의 카메라로 약 1달의 준비 기간과 20일간의 촬영기간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이 따랐지만, 감독과 출연진의 철저한 준비, 기존에 실력에 연습을 더한 능숙한 연주 실력, 화기애애한 케미가 영화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화는 사전 작업이 철저하게 이뤄졌어요. 드라마는 방송 날짜에 맞춰 급박하게 진행됐는데 영화는 토론을 많이 하더라고요. 어느 날 제작진이 식사를 하자고 해서 밥만 먹는 줄 알았는데 작품 얘기를 5~6시간해서 ‘와 이게 영화구나’를 느꼈죠.(웃음) 호평이든 혹평이든 일단 마음의 준비는 해놨어요. 사람이 한 번에 바뀌기 힘들지만 앞으로 노력해서 변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에도 첫 시작이니까 혹평이 있으면 잘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해 나아가고 싶어요. 요즘에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 ‘원스텝’이 산다라박에게 주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당하다. 2NE1 해체 후 배우로서 보이는 첫 작품이기에 부족한 점과 지적도 따를 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다. “최근에도 무대인사를 하는데, 이사님도 제가 그렇게 떠는 걸 처음 보신다더라고요. 그 기분을 오래 가지고 싶어요. 데뷔 7~8년차다 보니 그동안엔 떨릴 일이 없었는데 그런 감정을 느껴서 좋아요. 오래오래 기억될 거 같아요.”


영화 촬영이 얼마만큼 재미있었냐고 묻자 “네네. 저는 카메라 앞에서 표현하는 걸 아무래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밟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어둡고 센 역할도 감독님이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저하고는 반대의 이미지도 도전하고 싶어요.”라며 눈빛을 반짝인다.

관련기사



새삼 밝혀진 사실이지만, 애초에 산다라박의 원래 꿈은 배우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역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장래희망란에 ‘탤런트’라 적은 기억.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가수, 아이돌로 데뷔한 후에는 결국 ‘만능 엔터테이너’로 성장했다.

“그동안은 깨알 같은 면을 보여줬다면, 이제 차분하고 진지하게 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시사회에서 파이팅 같은 걸 하면 발랄한 ‘아이돌 포즈’가 나오긴 해요.(웃음)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차이점을 느끼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재작년까지는 YG케이플러스에 있는 연기클래스에서 연기 지도를 받았는데, 이제는 선생님께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넌 졸업해라’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선배님들을 많이 찾아가려고요. 제가 리허설 때보다 본방 때 다 보여주는 스타일이거든요. 현장에서 하는 게 가장 큰 공부일 거 같아요. 예전엔 강혜정 언니, 임혜진 선배님께서 봐주셨는데, 이번에는 유인나 언니를 찾아갈까 생각 중이에요. 인나 언니가 대본가지고 집으로 오라 하시더라고요.”

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산다라박이 연기에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직 배우로 발돋움한지 오래되지 않아 그 희열을 얼마만큼 실감했을까 싶었는데 곧바로 대답이 이어진다. “딥(deep)한 장면에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원스텝’에서 오열하는 신이 있었는데, 후반에 촬영하면서 시현이의 감정에 익숙한 상태였어요. 음악이 나오는 순간 ‘내가 몰입을 해서 울어야지’가 아니고 그냥 펑펑 눈물이 났어요. 한참 울었는데 제가 진짜 시현이가 된 것 같고 희열이 느껴졌어요. 그런 걸 앞으로 많이 느껴보고 싶어요.”

실제 산다라박이 선호하는 장르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 ‘태양의 노래’(감독 코이즈미 노리히로)와 같은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성. ‘원스텝’과도 상통한다. “그런 감성이 너무 아름다운 거 같아요.” 또 다른 선호 장르로는 액션을 꼽았다. “최근 ‘마스터’를 봤는데, 액션도 좋아해서 그런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범죄자 역할이든 형사 역할이든 스턴트맨 안 쓰고 스스로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부족한 걸 잘 알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늘려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현실적으로도 그게 맞을 거 같고요.”

‘원스텝’에 이어 산다라박은 곧바로 이번 달부터 영화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촬영에 매진한다. 원작만화에 이어 드라마로도 뜨겁게 사랑 받은 ‘치인트’에서 유정 역의 박해진, 홍설 역의 오연서, 백인호역의 박기웅, 백인하 역의 유인영, 오영곤 역의 오종혁 등과 함께 큰 규모로 작품을 함께 한다.

“실제 저보단 강단 있고 여장부인 캐릭터 장보라 역인데, 청춘물 속에서 밝은 모습과 통통 튀는 면을 보여주죠. 그런 성격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크게 준비하지 말고 실제처럼 편안하게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많은 분들께서 무대 위의 제 모습을 좋아해주셔서 보여드리고 싶은데 일단 ‘치인트’ 촬영을 하면서 당분간은 작품을 해야 할 거 같아요.”

‘돌아온 일지매’(2008), 웹드라마 ‘닥터 이안’(2015), ‘미싱 코리아’(2015), ‘한번 더 해피엔딩’(2016)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 내공을 쌓아온 그는 현재 드라마에서 영화로 영역을 넓히는 중. 앞으로 뮤지컬과 연극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인들이 뮤지컬을 많이 하셔서 보러 다니면서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아직은 과연 어울릴까 싶은 생각이 있긴 해요. 뮤지컬은 성량도 크고 몸짓도 다 커야하는데 저는 ‘미니미’해서 고민이에요. ‘하이스쿨 뮤지컬’이나 ‘금발이 너무해’ 같은 작품도 좋아해요. 그런 작품이라면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말 2NE1 해체 이후 배우로 전향한 지금 시점에서 아직까지 홀로서기의 어색함을 떨칠 수는 없다. 멤버들의 빈자리가 여전히 생생하지만, 산다라박은 활동 제 3막을 씩씩하고 활기차게 열었다.

“오늘 같은 인터뷰도 예전에는 4명이서 함께하다 혼자오니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고... 사소한 부분에서 (멤버들의 부재) 많이 느끼고 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리더(박봄)와 CL뒤에서 숨어서 할 수 있었는데 요즘엔 좀 씩씩해진 거 같아요. 변화의 단계라 생각해요. 해체는 언젠가 다가올 일이었고, 할머니 때까지 아이돌을 할 수는 없잖아요. 재결합의 시간도 기다리긴 하죠. 2NE1의 음악을 현실적으로는 똑같이 할 수 없지만 저에게 맞는 음악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원스텝’ 시사회 때 멤버들이 대기실에 1등으로 와줬는데 그게 너무 힘이 되는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뭉클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함께 무대에 있었다면, 이제 관객으로 와 준거라서 훨씬 떨리면서도 든든했어요.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산다라박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