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뉴롯데 '가치 창조자'로 재탄생 신동빈號 100년 기업 꿈꾼다

[롯데그룹 창립 50돌 비전 선포]

"고객 생활에 가치 선사하겠다"

4대 질적경영 가이드라인 발표

타격입은 도덕성·성장 정체 해소

투명한 기업문화 조성 의지 내비쳐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그랜드 오픈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권욱기자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그랜드 오픈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이 ‘생애주기 가치 창조자(Lifetime Value Creator)’라는 기업 비전을 내걸고 새로운 반세기를 맞을 채비를 갖췄다. 기존의 매출이나 이익 등 숫자로 제시된 성장과 결과 중심의 목표를 설정한 것을 대신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과 가치 경영’을 앞세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다.

◇“롯데, 가치 창조자로 재탄생할 것”=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오늘 롯데는 새로운 기업 비전인 ‘생애주기 가치 창조자’를 선포하고 ‘고객 생활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으로 첫걸음을 떼고자 한다”며 “질적 성장 중심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뉴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성장률 확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미래가치 창출 △사회적 가치 지향이라는 네 가지 질적 경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네 가지 경영 방침도 세웠다.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핵심역량 강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현장을 소중히 여기는 현장 경영,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치 경영,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기 위한 투명 경영을 앞으로 롯데 경영진이 나아가야 할 ‘나침반’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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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이와 관련, “혁신을 통해 신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덕성 타격·성장 정체 위기감 반영=재계에서는 롯데의 이런 변화를 신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지난해 오너 일가의 검찰 수사 등을 거치면서 기업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본다. 올 들어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등을 설치해 투명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롯데지만 이번 목표 수립에도 이를 반영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사장도 “최근 깊은 성찰을 통해 기업의 목표는 매출 성장과 이익 확대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성장이 다소 정체된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9년 ‘매출 200조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2009년 이전까지 매년 17% 성장률을 보였던 터라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목표였지만 2014년부터 성장이 다소 정체되면서 그룹 매출은 지난해 기준 92조원에 머물고 있다. 롯데그룹이 경영을 잘못했다기보다는 보호무역 강화 등 전반적인 기업 환경이 나빠진 탓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롯데가 꾸준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성 있는 목표를 세움으로써 그룹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숫자’ 대신 ‘가치’ 선택한 롯데=롯데그룹은 이번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면서 상당한 내부 고민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강조했던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기업 목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9년 롯데그룹은 ‘2018년 매출 200조원 달성’과 ‘아시아 톱10 글로벌 기업’이라는 표어를 앞세웠지만 올해는 수치로 제시한 기업 목표가 전혀 없었다. 임병연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가치경영팀장 부사장은 “다양한 사업을 가진 그룹이 하나의 지향점을 갖는 비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성장 중심의 숫자 목표는 가져가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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