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21년 만의 전직 대통령 ‘구치소 방문조사’에 나선 검찰은 10시간 40분 간의 고강도 조사를 통해 그간 모아온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자백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새로운 ‘변호실세’로 자리 잡은 유영하 변호사를 중심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4일 오전10시부터 특수본 소속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과 지원 검사 1명, 여성 수사관 1명 등 3명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보내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하지 않고 구치소로 직접 찾아가 조사를 벌인 것은 지난 1996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조사에 이어 21년 만이다.
조사는 서울구치소 내에 별도로 마련한 조사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조사를 위해 구치소 내 빈방에 책상과 의자·컴퓨터 등을 배치해 조사실을 만들었다. 지난달 21일 검찰 소환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영상녹화 없이 담당 검사와 박 전 대통령이 문답을 주고받는 형태였다. 지난 조사에서 신문을 맡았던 한 부장검사와 검사 1명이 나란히 앉고 맞은편에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인 유 변호사가 앉아 마주 보며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는 오전10시부터 오후8시40분까지 10시간40분동안 진행됐다. 검찰은 6일 서울구치소를 다시 방문해 구속 후 두 번째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미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진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증거로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뇌물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구속 기소된데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거치면서 쌓아온 물증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소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의 자백을 받아내는 방향으로 조사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해도 전체적인 수사 방향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증을 토대로 효과적인 압박을 가하면 구속으로 심리적 동요가 생긴 박 전 대통령이 ‘의외의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역시 검찰 수사 대응을 두고 다양한 셈법을 고려하고 있다. 당초 검찰 및 특검 수사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과 구속을 막지 못한 책임 등을 물어 유 변호사를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유 변호사를 신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유 변호사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주도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반전을 꾀하기 어렵고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이 법정 대응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가벼운 혐의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양형과 법적 책임 최소화를 노리는 전략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 변호사를 제외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지난 3일 회동해 향후 형사재판 대응 등을 논의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