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이랜드의 '희귀 명품 수집식탐' 배탈나나

1,000억 수집품 딜레마…

레저사업 순손실·테마파크 전시 물거품 우려

"팔아야" 목소리 커져

레저 접거나 수집품 매각땐 수십억 추징

리테일 상장에도 악재

골든 글러브 트로피/서울경제DB골든 글러브 트로피/서울경제DB




노벨상 메달/서울경제DB노벨상 메달/서울경제DB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반지(왼쪽)와 아카데미 트로피. /서울경제DB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반지(왼쪽)와 아카데미 트로피. /서울경제DB


이랜드그룹 유동성 위기의 동아줄이었던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연기되며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이랜드그룹이 1,000억원대 수집품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이랜드그룹은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제주 테마파크와 서울 마곡 패션박물관을 지어 수집품을 전시할 계획이지만 이들 사업이 구조조정 분야로 거론돼 전시할 장소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수집품을 팔자니 2년 전 옥신각신했던 세금 문제가 걸린다. 박성수 회장의 독특한 수집품 마케팅이 그룹의 자금난으로 다시 한 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해외 경매를 통해 1,000억원대의 유명인 소장품을 사들였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꼈던 다이아몬드 반지, 찰리 채플린의 중절모,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골드 글러브 46개,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드레스 등 문화와 스포츠 분야의 소장품이 많다. 그 밖에 노벨 경제학상 메달 등 이랜드그룹의 사업과는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희귀 소장품도 있다.

이랜드월드의 소장품이 세상 밖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2015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문이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패션 사업을 하는 사업형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박 회장의 지시로 법인 자금을 사용해 고가의 수집품을 사들이고 부가가치세 등을 탈루했다고 봤다. 서울지방국세청은 희귀품은 이랜드월드의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다 이사회 등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소수의 직원만 물품을 관리해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수집품 대부분이 당시 전시되지 않고 본사 창고 등에 보관돼 있었던 점도 탈루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랜드월드는 제주시 애월읍에 추진 중인 테마파크와 서울 마곡동 패션박물관에 전시할 수집품이라며 탈루 혐의에 맞섰다. 일부 물품은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전시하고 있다는 사실관계도 제시했다. 조세심판원은 이랜드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지방국세청이 추징한 탈루 세금 110억원 중 90억원을 이랜드월드에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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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랜드 그룹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패션을 발판으로 시작해 유통과 식음료·레저로 사업을 확장한 이랜드그룹은 이랜드파크가 맡고 있는 레저 분야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그룹 내 레저 분야의 매출액 대비 세전 영업이익률(EBITDA)은 2014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매출이 발생해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적자기업인 셈이다. 수집품을 전시하기로 한 제주 애월 테마파크는 애초 제주도와 공모해 복합 레저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제주도의 ‘오름’을 주제로 한 사업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모가 취소되면서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마곡 지역에 패션박물관을 포함해 세계 최대 패션연구소(R&D센터)를 짓겠다는 청사진도 자금난으로 쇼핑몰을 열려던 상가지구를 매각하며 빛이 바랬다. 이랜드그룹 측은 상가를 매각했을 뿐 R&D센터 축소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이랜드그룹이 레저 사업이나 소장품을 매각하면 과세 당국으로부터 다시 추징을 당할 수 있다. 사업목적에 쓴다며 공제받은 각종 비용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과세 당국 관계자는 “전시할 계획이라는 주장이 인정받은 것인데 만약 계획대로 실행하지 않고 소장품을 판다면 앞으로 정기 세무조사에서 확인해 원칙적으로 다시 추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레저 사업은 미래성장동력으로 축소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최근의 적자는 투자 초기이기 때문”이라면서 “자금난이 온다면 오히려 절차가 간단한 공장 주변의 나대지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패션 브랜드 매각을 선택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박물관 사업은 이랜드가 30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었고 소장품은 박물관 사업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세금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랜드그룹의 수집품 마케팅 자체가 그룹 안팎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이랜드월드에 대한 세무조사는 내부 관계자의 제보가 단초가 됐을 정도로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이랜드파크의 지분을 인수해 유상증자 등 재무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집품 마케팅은 외부 투자가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IB 업계의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지주사인 이랜드월드가 레저 등 비주력 사업부문을 지원하면서 타격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소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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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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