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면세점, 특허제서 등록제로 전환 - 찬성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면세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

현행 면세점 특허제도를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면세사업자 독과점 논란이 일자 지난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해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자동갱신 제도를 없앴다. 그러나 5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사업자들의 비판에 특허기간을 다시 10년으로 연장하려 했지만 지난해 말 국회통과가 무산됐다. 갈팡질팡하는 면세정책에 사업자 선정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자 특허제 대신 자유롭게 면세점 진출이 가능하도록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등록제 찬성 측은 현행 허가제가 세계 면세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등록제에서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고 면세점 난립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면세점과 관련해 그동안 국회와 정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1월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권을 관세청이 직접 행사하겠다고 해서 물의를 빚었다. 결국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공동으로 선정하게 됐다. 이에 사업자는 입찰 참가신청서를 두 번 제출해야 하며 프레젠테이션(PT) 발표도 두 번 진행해야 하게 됐다. 관세청의 고객이라 할 사업자는 안중에도 없다. 시행이 무산됐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 특허 입찰시 감점제도라는 것도 그렇다. 외국인 고객 비중이 평균 80%를 웃도는 시내면세점사업을 내수산업으로 오해한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면세점 의무휴업일을 지정한단다. 면세점을 규제해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발상이니 어이가 없다.


지난해 3월 발표된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에서는 특허수수료를 최대 20배 인상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 함께 면세점 사업자 수의 증가에 따라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나온 이 조치는 과연 업계와 소통한 결과인지 의문이다.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는 특허의 반대급부가 아닌 공적 서비스에 대한 행정수수료의 성격이 강한데, 면세점사업을 소위 ‘특혜’로 보고 이에 대한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자는 결국 영업이익률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의 부담, 관광객의 감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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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면세점 정책은 대부분 시장의 자율권을 침해하거나 규제적 성격의 제한으로 점철돼 있다. 규제의 최고봉은 2013년 개정 관세법에서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자동갱신제가 폐지돼 5년마다 특허 만료된 면세점을 제로베이스에서 사업자를 재심사해 선정한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20년 넘게 법규를 지켜가면서 충실하게 운영하던 사업장 두 곳이 갑자기 폐쇄됐다. SK그룹은 거액을 들여 면세점 사업장을 리모델링했지만 재심사에서 탈락하고 현재 검찰수사까지 받는 기막힌 상황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특허 심사 결과에 따른 면세점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다. 두 곳의 영업중단으로 수천명의 종업원과 수만명의 관련 종사자들이 생계수단을 잃었다. 이쯤 되면 정부는 면세점을 키우겠다는 것인지, 죽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면세점사업을 죄악산업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면세점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필요한데 5년이라는 시한은 너무 짧다.

면세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은 등록제다. 그러나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등록제에 대해 부작용이 크다며 기존 특허제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고제나 등록제는 밀수나 탈세 같은 관리 문제가 발생하고 해외 대형면세점 진출로 국내 업계가 위축될 수도 있으며, 대기업 면세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독과점 심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밀수나 탈세방지는 관세청의 기본업무고 이것을 제대로 하라고 수백억원의 특허수수료를 납부하는 것이 아닌가. 해외 대형면세점의 국내 진출 걱정은 핑계에 불과하다.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세계 1위 사업자인 듀프리(DUFRY)가 국내 중소기업법인을 설립해 중소기업구역을 운영한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도 해외기업 진입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 등록제를 못한다고 거론하는 이유들이 옹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등록제나 신고제로 한다고 해서 무조건 신고만 하면 영업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를 거쳐 등록하면 된다. 극심한 경쟁으로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한다는 것도 관세청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시장에 맡기면 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도산하는 것이 맞다.

면세점들은 한류 스타를 활용한 복합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외국인 관광객 직접 유치에 나서는 등 국내 관광산업 생태계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최근 몇 년간 세계 면세점 톱10에 한국 기업이 두 곳이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국내 면세점 시장은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2014년 9월 하이난섬에 롯데면세점 소공점(2만7,000㎡)의 세 배 규모의 면세점을 개장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최소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 면세사업을 할 수 있다. 한국의 면세점 허가제도는 세계적인 경쟁대열에 낄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앞장서 막는 것과 같다. 오죽했으면 한국 정부는 제 발등을 찍었다고 외국인이 조롱하겠는가. 국내 업체 간의 경쟁이 아닌 국제 경쟁이라는 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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