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이어 정치권까지 공격하는 반올림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합류

김호기 연대 교수까지 비판

"정치적 행보 지나치다" 지적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대선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계속해서 삼성전자와 민주당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백혈병 이슈를 부각하고 삼성 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정치적 행보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올림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보상 절차에 참여한 김 교수가 보상 과정에서 제대로 한 일이 없는 만큼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 입성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반올림측은 “김 교수는 삼성전자가 2015년 9월 자체적으로 발족한 ‘보상위원회’의 보상위원 7인 중 한 명”이라며 “보상절차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 김 교수다.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별 관여를 하지 않았더라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상무 출신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반올림의 공세 대상에 올랐다. 양 최고위원은 삼성반도체 직업병의 상징적 존재인 고 황유미씨 10주기인 지난달 6일 “반올림이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유가족도 아닌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용서가 안 된다”고 언급했다가 ‘사퇴하라’는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양 최고위원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민주당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기도 했다.


반올림이 양 최고위원을 공격하기 위해 2014년 백혈병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고 이숙영씨를 계속해서 언급한 것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반올림은 양 최고위원과 고 이숙영씨가 고등학교 선후배란 이유로 지속적으로 보도자료에 고 이숙영씨의 이름을 넣었고 이 때문에 고인의 이름이 언론 및 인터넷 카페 등에 퍼져나갔다. 고 이숙영씨의 남편인 이선원씨는 반올림에 “학교 선후배든 아니든 언론 기사화가 안 됐으면 한다”며 “반올림이란 단체에 고 이숙영씨 이름이 안 나오길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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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직업병 논란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여성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백혈병 등 질환을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직업병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반올림 등과 대화를 시작했다. 양측간 의견 차이로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반올림 소속 피해자 8명 중 6명이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며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구성했다. 이후 가대위 측 제안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참여해 8개월 동안의 조정 끝에 ‘권고안’을 도출했다.

삼성전자는 권고안의 보상 원칙과 기준에 따라 1,000억 원을 기금으로 출연하고 2015년 9월부터 160여 명의 보상 신청을 접수했다. 현재까지 120여 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도 전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이 확인돼 상응한 책임을 지는 차원의 보상이 아니라 원인이 불명확하지만 환자나 사망자 가족의 아픔을 덜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올림과 뜻을 같이하는 일부 당사자나 가족 등은 여전히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반올림은 ‘배제 없는 보상과 내용 있는 사과’ 등을 요구하며 삼성그룹 서초사옥 근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50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능현·신희철기자 nhkimchn@sedaily.com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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