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살고 있는 생활문화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들이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이들은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들과 견줄 만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문화선진국’ 자격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로의 안전과 이해를 위해 지켜야 하는 질서 의식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 양식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로 한국 생활 30년을 맞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전화를 하고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한국에 처음 왔던 30년 전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올해로 한국 생활 10년째를 맞은 아냐 셔핀스키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교수는 공중목욕탕 사용 매너를 지적했다. 그는 “공중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다 보면 바닥에 침을 뱉거나 코를 푸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며 “독일에서는 이런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 생활 2년 차인 독일인 스테파니 루이즈씨는 새치기와 과격한 버스 운행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사람들이 대놓고 새치기를 할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승객 안전보다 빠른 운행에 더 높은 목표를 두고 있는 버스 운행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국인들은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을 “기가 죽을까 봐” 그대로 내버려두는 행태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인 주부 후지모토 교코씨는 “9년 전 한국에 시집왔을 때나 지금이나 기차나 고속버스·식당 같은 곳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심지어 노래까지 부르는 아이들이 있다”며 “아이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잘한다고 칭찬하는 부모들을 볼 때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지적했다. 후지모토씨는 허례허식의 돌잔치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잔치가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후지모토씨는 “한국에서는 돌잔치를 화려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우리 아이의 첫 생일도 무척 신경이 쓰였다”며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은 가족과 지인들끼리 조촐한 식사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고 전했다. /김정욱·신다은·하정연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