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한국판 ‘험비’인 소형 전술차량의 야전운용시험에서 예기치 않은 소득을 얻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차량이 크게 파손됐으나 탑승인원 전원이 무사했던 것. 덕분에 군은 신형 장비가 장병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신뢰를 굳히게 됐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일 강원도 00사단에서 진행된 공개 야전운용시험에서다. 군 관계자와 생산업체가 취재진과 밀리터리 동호인 등을 초청한 자리였다. 지휘용 4인승과 8인승 등 시범운용차량 15대는 탁월한 성능을 뽐냈다. 강원도 산악지대의 야지와 하천 등 험로를 가뿐하게 달렸다.
사고는 포장도로에서 일어났다. 시범운용 차량의 대열이 꼬리를 물고 야지 험로 주행을 마치고 포장도로에 진입하려던 순간 우회전하며 내리막길로 진입하던 8인승 전술차량이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좁은 커브 길이었지만 운전자가 선회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전신주와의 충돌 직후 탑승객은 모두 내려 차량 상태를 보고는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전신주와 충돌한 조수석 앞 보닛이 절반 가까이 찌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운전자를 포함해 탑승자 8명 전원은 무사했다. 뒷좌석에 앉아 차량의 성능을 설명하던 제작사인 기아자동차의 직원 한 사람이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다. 모두 안전벨트를 맸다지만 차량 파손 상태에 비해 기적처럼 다치지 않았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던 차량의 안전도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unexpected accident)로 현장에서 눈으로 검증되는 일종의 행운을 얻었기 때문일까. 군과 제작사는 사고 원인을 정밀검사하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눈치를 보였다. 조수석에 탑승한 K씨는 “아무리 안전벨트를 맸어도 일반 차량이었다면 말할 것도 없고 군이 예전에 운용하던 차량이었어도 큰 인명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소형 전술차량은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군은 소형 전술차량의 야전운용시험을 이달까지 마치고 하반기부터 양산해 일선 부대에서 운용하는 K-131(레토나의 군수용, 일명 군토나)과 K-311A1(닷지)을 대체할 계획이다. 소형 전술차량은 자동변속기에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도 달아 운전자 편의성도 높아졌다. 엔진 성능도 기본형이 225마력에 최대 토크 50㎏·m으로 K131(130마력, 18㎏·m)과 K311A1(130마력, 37㎏·m)보다 뛰어나다.
소형 전술차량은 지휘용 4인승과 8인승, 기갑수색용, 포병관측용, 정비용 등 5종이다. 방위사업청은 대전차 유도무기인 ‘현궁’ 탑재 차량과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탑재 차량, 화생방 정찰 차량 등 다양한 파생형도 전력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의 차량은 대대급에 배치됐지만 소형 전술차량은 창군 이래 최초로 중대급 부대까지 배치해 일선 부대의 기동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