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 아름다운 상춘(賞春) 풍속도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관광불편신고센터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 중 겪는 불편사항을 전화(1330)나 엽서·온라인으로 접수 받는 곳이다. 여기에는 꼭 불편신고만 오는 것은 아니다. 총 접수된 내용 중 약 7% 정도는 관광객들이 진심으로 감동 받은 사연을 담은 감사의 편지들이 섞여 있다.

“양재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있는 저에게 한 여성이 자리를 양보해주더라고요. 어찌나 고마웠던지. 이름도 모르고, 제대로 감사인사도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보내봅니다(2016년 3월 일본인 Y씨).”

“아내와 함께 백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고자 공주에 있는 소규모 숙소를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갔는데, 놀랍게도 내부 수리 중이었습니다. 예약사이트에 문제가 있었던 거죠. 당황한 우리는 마침 공산성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거기 계셨던 안내원 두 분은 자기 일처럼 해당 숙소에 연락해 예약요금 반환에 관해 얘기했고, 당일 게스트하우스에 이어 다음날까지 우리가 머물 적합한 숙소를 함께 다니며 수배해줬습니다. 두 분께 저희의 진심 어린 감사를 다시금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2016년 10월 영국인 G씨).”


“서울 여행 중 택시에 지갑을 두고 내렸습니다. 기사님이 이것을 발견해 대사관에 신고하고 다음날 지갑을 호텔로 가져다주셨습니다. 호텔 관계자분들도 안절부절못하던 저희에게 정성을 다해 응대해주셨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마 한국은 저희 가족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될 겁니다(2015년 12월 미국인 T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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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바가지, 불친절한 서비스, 방문객에 대한 인격 비하 등 몰지각한 사람들보다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많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몰지각한 일들을 드러내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는 익숙해도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내 칭찬하고 격려하는 데는 좀 인색하고 서투른 것 같다.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내기에서 해가 이겼듯 아름다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힘은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훨씬 강하다. 물론 잘못된 일들은 지적됨이 마땅하나, 관광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만남, 그리고 신뢰와 배려에서 꽃피는 감동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대단히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관광의 계절 봄이다. 휴일에도 현장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전국의 상춘(賞春)객들이 관광지에서 서로를 향해 웃고,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멋진 관광 풍속도가 그려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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