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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은행

THE WATER BANKER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헬렌 달케의 사무실 창밖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너무 낮아 구름이 건물 꼭대기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비도 많이 오고 있었다. 5년간이나 가뭄에 시달리고 있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달케는 “마치 지구의 종말이 온 것 같다.”라고 즐겁게 말한다.


수리 학자이자 교수인 그녀는 물이 바위, 흙, 들판, 농장을 가로질러 흐르는 방식을 연구한다. 일종의 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달케는 수자원 보전주의자들의 혐오를 자아낼지도 모르는 행동을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가 올 때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고 휴농기의 농장이나 과수원에서 스프링클러를 틀고 물이 흐르는 방식을 연구한 것이다. 그녀는 그 일에 뛰어나다. 그녀는 42일 만에 1억 7000만 리터의 물을 이런 식으로 소비했다.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주가 절약할 수 있었는데도 잃은 물의 양은 1214억 m3이나 된다. 축구장 100만개에 물을 30c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녀도 인정한다. “나는 물만 보면 어린애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나 물장난하기를 좋아했다.”
달케의 물장난은 기후와 수자원 절약에 대한 캘리포니아 주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인공적으로 홍수 상황을 만든 이유는 겨울의 우기에 얻은 물을 사용해, 가뭄으로 열화된 대수층을 복구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대수층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투과성 암석으로 농업용수 및 음료수로 쓸 수 있는 지하수가 들어 있다. 그녀의 의문은 올해 특히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겨울 폭풍으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저수지에는 무려 1조 3250억 리터의 물이 들어왔다. 그러나 주정부는 수문을 열어 남아도는 물을 바다로 방류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캘리포니아 주는 오랫동안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굴러 들어온 호박을 걷어차 버린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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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케에 따르면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주가 절약할 수 있었는데도 잃은 물의 양은 1214억 m3이나 된다. 달케는 이디오피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웨덴의 물 문제 해결에 참여해 왔다.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인 그녀는 이 숫자를 알고 놀랐다. “이는 축구장 100만개에 물을 30c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물이 들어찬 100만개의 축구장을 상상해 보라.”

이제 달케와 다른 사람들은 겨울 휴농기에 남아도는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캘리포니아 주의 농장과 과수원(총면적 16,187km2)에 공급할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물론 여름에 물을 줄 때 사용하는 용수 파이프와 스프링클러를 사용해서 말이다.

달케는 홍수 실험 결과를 관찰하면서 지면 관통 레이더, 원격 센서, 현장 화학 키트를 사용해 대수층에 도달하는 물의 양, 식물들이 홍수에 대처하는 방법, 지하수에 유입되는 비료의 양을 측정했다. 또한 작물 수확량에 홍수가 미치는 영향도 측정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3년간의 시범 연구는 유사 연구 중 가장 큰 것으로, 작물에 피해를 입을까 염려하는 농부들, 그리고 홍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을까 염려하는 보건 당국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그 목표이다.

현재까지 달케는 많은 것을 발견해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우선 그녀가 일으킨 인공 홍수에 사용된 물의 90%는 지하수면에 닿았다. 토질만 적절하다면 자주개자리(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는 비가 7.8m 수위까지 와도 버틴다. 그리고 원래 강둑에서 자라는 피칸나무(쌍떡잎식물 가래나무목 가래나무과의 낙엽교목)는 겨울의 습한 땅에도 잘 적응한다.

그리고 다음번 연구 장소는 지하다. 아몬드 과수원에서 나무뿌리의 성장과 물 보급을 관찰할 것이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나무를 죽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실험 장소에 물을 뿌리는 재미는 있다. 그녀는 “비가 올 때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이 자연계다. 그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열정 덕택에,b비 오는 날 얻은 물을 가물 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Mary Beth Griggs, photograph by Cody Pickens

Mary Beth Gri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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